저녁비행기로 칼리보 공항에 도착해서
차 타고 배 타고 다시 또 차를 타느라 보라카이에 도착한건 새벽이였다.
요가선생님인 이모와 함께하는 일정이라
매일 새벽기상 - 아침공복요가가 첫 일정이였던 우리는
일정표에도 '최대한 빨리 잠들어야함' 이라고 적어놨지만
늦은 시간에 힘들게 도착한 보라카이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아무도없는 조용한 밤바다를 구경하느라 한참
아주 세련되고 멋진 숙소를 이리저리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또 한참
그리고 각자의 짐을 정리하느라 또 잠깐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잠이 들었다.
몇시간 안잔 것 같은데, 언니는 항상 일찍 일어난다.
사실 일정표대로라면 첫 일정은 '공복요가'였어야 했지만
언니는 D몰쪽을 돌아보면서 선크림을 사고, 이모의 원피스를 구경하고,
할로망고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했다.
항상 캐리어가 아닌 베낭을 선택하고, 가볍고 단촐하게 여행을 가서
시장에서 싼 옷을 대충 사서 입고 돌아다니는 언니와 나는 캐리어보다는 베낭을 선호하는지라
여행전에 이모도 우리와 같이 베낭을 구매했었는데
그녀가 챙긴 옷에 비해 가방은 상대적으로 작았고
요가복을 포기할 수 없어 일상복은 많이 못 챙겼다며
우울해하는 그녀를 위해 일정의 순서를 바꾼 것 같았다.
D몰의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인 조금은 이른 시간.
사실 한국으로 치면 아침시간 정도의 느낌인데
디몰의 상점은 10시~11시가 오픈시간이라 할로망고도 오픈준비가 한참이였다.
선크림을 사고, 이모의 원피스를 찾아 헤메이며 D몰에 문 연 모든 옷가게를 들락거리다보니
어느새 문을 여는 상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할로망고의 오픈 준비도 끝나 있었다.
나는 여행전부터 망고망고 망고스티이인~ 하고 노래를 불러대던 망고귀신이다.
언니는 [너는 눈알 달린거 먹을거지?]라고 물었지만
무슨소리. 눈알달린 아이스크림은 딱 봐도 양이 너무 적다.
어차피 나눠먹어야하는데 저 작은걸 누구 코에 붙인다구.
귀여운건 잠깐이지만 어차피 저 눈알은 떼서 버려야 하는 쓰레기일뿐
나는 망고를 최대한 많이 먹고싶은 여자라 고민없이 가장 큰 C를 골랐다.
'여행가서 같은 거 시키기 금지'가 암묵적인 룰인지라
고민하던 언니는 망고쉐이크를 주문했고
여행전부터 [나는 단거는 별로] [나는 망고는 그닥 안좋아해서]
[선물들어온 망고도 안먹었어 맛없어]라고 일관했던 이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망고의 나라에 와놓고.. 아메리카노라니ㅜㅜ
사람마다 입맛은 다 제각각이니 그러려니해야지.
망고아이스크림과 망고쉐이크를 바꿔먹으면서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감탄하는 언니랑 나를 보면서도 이모는 별 감흥이 없다.
한입 먹어보라고 권하자 흐응 그럴까~ 라는 느낌으로
작게 한스푼 떠서 한입 먹더니 눈이 커지고 동그래졌다.
그럴 줄 알았다.
어느새 아메리카노를 내려놓고는 [여기 망고가 맛있네~]하고 연신 감탄하며
아이스크림 한입 망고쉐이크 한입을 번갈아 먹던 이모는
머뭇머뭇 고민하더니 생 망고를 추가로 먹자고 제안했다ㅋㅋㅋ
사실 이모는 생 망고 L사이즈를 주문하고 싶었던 것 같았는데
큰걸 선뜻 주문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나에게 선택권을 넘겼고
요가도 해야 하고, 아침밥도 먹어야해서 고민끝에 작은 사이즈의 컵망고를 주문했다.
추가로 주문한 생망고 한번, 아이스크림한번, 쉐이크 한번
세명은 그렇게 번갈아가면서 망고 삼종세트를 나눠먹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낄 자리가 없다.
그렇게 우린 할로망고에서만 24,000원을 썼는데
보라카이에서 먹었던 것 중에서 저 망고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일어나려는데
필리핀 망고의 맛에 홀딱 빠져버린 이모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한국에 가져가고싶다]고 말했다.
이모는 할로망고에 진열되어 있는 작은 큐브망고(망고젤리)를 보면서
나가기 직전까지도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생망고가 저걸까.. 하고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이모가 뚫어져라 바라보던 것의 정체가 생망고가 아닌 망고젤리라는 걸 직원에게 듣자마자
약간의 실망과 함께 망고젤리는 그닥이라며 가게를 나왔다.
그런 그녀가 귀국전에 망고젤리와 건망고를 잔뜩 산 것은 안 비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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