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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인생 브런치 카페를 찾다.

언니랑 주말에 미술관을 가기로 한달전부터 약속을 잡아놨는데 
미술관이 휴관을 해서 일정이 붕 떠버렸다.

아쉬운대로 오이도에 가서 바닷바람이나 쐬고 
맛있는거나 먹고 오자고 얘기했었는데 

약속 전날 갑자기 언니가 내일 갈 곳을 찾았다며 
[우린 내일 여기에 갈거야] 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바닷가에 가서 산책도하고 자전거도 타고 
뭔가 활동적인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브런치카페라 흠..

그래도 언니의 선택은 항상 옳았기에 이번에도 믿고 따라가본다.

집에서 걸어서 1시간남짓. 

웨이팅이 길고 조기마감이 잘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우리는 오픈시간인 10시에 맞춰서 갔는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여기 카페맞나..?

강남에 있는 비싼 옷가게 느낌이 나면서 약간 쭈뼛거리게 된다.

오픈이 10시부터인데 너무 일찍왔나..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에서 멈칫거리면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오른쪽이 더일마 매장이고 왼쪽이 카페인데 
인테리어가 정말 세심하고 예쁘다. 

벽에 걸려있는 저건 카펫인가 액자인가 
핫하다는 카페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상한 공장갬성으로 시멘트 칠 하다 만 그런 카페들만 보다가 
소품 하나하나 조명 하나하나 신경쓴 곳을 보니 어색하고 신기하다.

해외에 있는 고급호텔 로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

카페 이름이 '호텔 더 일마'인데 
실제로 호텔에 체크인을 해야할것 같은 느낌이다. 

직원들은 오픈준비에 여념이 없고 
오픈 시간에 맞춰서 와서 그런지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예쁜 옷, 귀여운 소품, 세심한 인테리어 하나하나 
눈이 쉴새없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오픈시간이 되었다!

사실 난 의류매장보단 카페 안이 더 궁금했는데 
카페 안은 오픈준비로 바쁘기도 하고 
괜히 들어갔다가 진상이 되고 싶지 않아서 꼬물거리며 기다렸는데 드디어 입장이다. 

아 예쁘다. 

아직 브런치는 입도 대지 않았는데 벌써 만족스러워.

여기는 국내인가 해외인가.
사이판에서 봤던 해변가에 있던 레스토랑 같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봤던 굉장히 세심하고 깔끔한 비건레스토랑 같기도 하다. 

웨이팅이 길다고 해서 일찍 왔는데 빨리 오길 잘했다. 
아마 여기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것보다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였을 것 같아.

창밖과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지만 
내 엉덩이는 여기 저기 더 디테일하게 보고싶다고 들썩들썩거린다.

간단한 스낵과 잼류를 판매하는 미니코너도 왠지 인테리어 처럼 보인다. 

저기 노란 커튼이 쳐져 있는 곳이 화장실인데 
화장실 앞쪽 공간을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뭔가 세련된 느낌

우리 집도 누가 이렇게 좀 정리해주면 좋겠다.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분들은 모두 직원분들인데 

약간 세련되게 잘 입고 주말에 카페 놀러와서 커피 받으러 온 손님같아서 
처음엔 손님인지 직원인지 구분이 잘 안됐다. 

별거 아닌데 이런곳에만 오면 꼭 사고싶어지는 
귀여운 모양의 파스타와 간단한 과자들 

저 조그만한 빨간병은 케챱인데 너무 귀여워서 
집에도 케챱이 있는데 사야하나 진심으로 오랫동안 고민했다. 

언니가 주문한 '시트러스 가든' 
레몬그라스 베이스 티에 오렌지 잼을 첨가한 음료라는데 
안 달다

오렌지 잼을 넣었으면 달아야 되는거 아닌가? 

언니는 깔끔한 맛이라고 좋아했는데 
레몬에이드나 라임에이드같은 상큼달큼함을 기대했던 나는 별루... 

내가 주문한 '피기에이드' 

무화과에이드인데 이거 진짜 존맛탱이당.

안에 들어간 무화과도 다 싱싱해서 먹을 수 있는거고 
음료도 약간 달달하고 시원한데 또 과하지 않은 단맛 

무화과 자체가 약간 달콤하면서 톡톡쏘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과하게 달아서 텁텁하지는 않은데 그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토마토 라구 크레페 Tomato Ragu Crepe

처음 이걸 받고 든 생각은 
'하 예쁘긴 한데 이걸 어떻게 먹어야되지' 였다.

고민에 빠진 나를 보고 언니가 간단하게 4등분으로 잘라줬고 
돌돌 말아서 먹는데 안먹어본 맛인데 아는맛이다. ㅠㅠ

최근들어서 먹은 음식중에 가장 맛있었고 
입에 넣는 순간 뭔가 녹아서 없어지는것 같은데 계속 고소하고 부드럽고 
진짜 존맛탱이다 ㅠㅠ

미트로프와 구운 야채 Meatloaf with Grilled Vegetable

미트볼이나 떡갈비처럼 다져진 고기로 계란을 감싼 요리인데 
스카치에그일까? 흐음.. 그래도 고기를 안먹으면 양이 안차겠지 하고 주문했는데 
스카치에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기는 엄청 부드러워서 몇번 씹기도 전에 입에서 사라져버리는데 
그 위에 뿌려진 소스가 진짜 어마어마하게 맛있다.

처음에 메뉴가 나올때 직원이 위에 소스가 부족하면 
더 달라고 얘기하면 더 주겠다고 했는데 
흐음 뭐 그래봐야 소스고.. 많이 먹으면 살만 찌지 뭐.. 하고 한입 입에 넣는 순간

와 이건 뭐야!? 
다진고기에 계란이라서 조금 퍽퍽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육즙도 나오고 계란도 포근포근하고 
마지막에 텁텁함은 소스가 확 잡아준다. 진짜 맛있다. 

고기도 맛있긴한데 먹다보면 소스가 부족해지면서 
아 약간 아쉽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눈치빠른 언니가 소스를 더 달라고 하라고 계속 얘기해서 

약간 머쓱해하면서 소스를 더 달라고 요청했는데 흔쾌히 가져다주셨다. 

이...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는데... 
하면서 고기를 소스에 푹 찍어서 다시 한입 먹었는데 

입안에서 폭죽이 팡팡 터지는 맛이다.

아 난 여태껏 뭘 먹은거지? 

이건 소스를 진짜 듬뿍 찍어서 먹어야 되는 메뉴구나!

TV를 보다보면 연예인들이 맛표현 할때 막 
육즙이 입안에서 팡팡 터지면서 부드럽게 사르르 녹아내려서 없어져버려요! 
하면 뭐 그래봤자 똑같은 음식인데 무슨~ 하고 시큰둥하게 되는데 
이날 만큼은 그 표현에 공감하면서 먹었다.

더티 초콜렛 크레페 Dirty Chocolate Crepe

방문전에 본 네이버 블로그에서
초콜렛크레페를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고 
행복하고 황홀한 맛이였다고 쓴 글을 보고 

사실 초콜렛 크레페는 꽤 흔한 메뉴라 무화과 케익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행복하고 황홀한 맛이 궁금해서 신중하게 고민해서 골랐다.

입에서 사르르녹는 아이스크림에 고소하고 맛있는 크레페가 꽤 훌륭했던 것은 사실인데, 
솔직히 좀... 아니 좀 많이 달았다. 

단걸 굉장히 좋아하는 내가 먹기에도 많이 달아서
언니는 아이스크림과 크레페를 깨작거리다 스푼을 내려놨고 

나는 조금 더 먹어보려다 포기하고 결국 반 이상을 남겼다. 

역시 블로그 후기는 100% 믿어선 안되는거구나. 

10점 만점에 15점. 아니 17점

최근 건강문제로 약간 위장이 줄어서 더 많은 메뉴를 먹어보지 못한게 한이 될 정도로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다. 

아.. 초코 크레페는 좀 달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미트로프에서 나온 토마토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혹시라도 그 소스를 팔면 사가려고 엄청 꼼꼼하게 두리번거렸지만
나초 밑에 있는 소스는 치즈소스였고 토마토소스는 팔지 않는다. ㅠㅠ

만약 토마토소스가 있었다면 
아마 나는 나초를 사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그 소스에 나초만 찍어서 먹었을거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안에 침이 한바가지가 고여있다.

인생 브런치카페를 찾은 것 같다. 
아니 찾았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라서 자주 방문하기는 어렵겠지만
또 가고 싶고, 아마 빠른 시일내에 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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