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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뮤지컬 물랑루즈 관람 후기(보헤미안석 시야)

작년부턴가 언니는 내 생일에 뮤지컬티켓을 선물했는데 
작년에는 아이다였고 올해는 물랑루즈였다.

작년에는 티켓을 아예 선물받았는데
이번에는 예매에 계속 실패한다고 해서 직접 예매를 하게 됐는데
뮤지컬 티켓팅이 이렇게 어려운건지 처음 알았다.  

내 문화생활은 아이다를 보기 전과 보기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 첫 뮤지컬은 강렬했고 훌륭했고 대단했기에 
이번 물랑루즈도 엄청나게 기대가 됐다. 

이번 공연이 아시아초연이라는 이야기와 
홍광호님, 아이비님, 이충주님, 김지우님이 캐스팅되었다는 걸 알고 
나는 홍광호 아이비 캐스팅을 예매하기 위해 미친듯이 찾고 또 찾았지만 
앞자리는 이미 매진이였고, 1층 자체가 매진인 날도 있었다. 

2층이나 3층도 오페라글라스를 이용하면 잘 볼 수 있고 
무대 전체를 볼 수 있어서 그 좌석 나름의 매력이 있다지만 
내 마음은 1층. 앞자리. 그게 아니면 타협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예약대기를 걸어놓고 
1월 1일 김지우 이충주님의 캐스팅으로 보헤미안석 예매에 성공했다.

내 자리는 대략 저기 
아주아주 앞자리라서 무대 전체를 다 보긴 어렵겠지만 
지난 아이다 관람에서 배우의 표정이 보이질 않아서 
극 몰입이 아쉬웠던 경험이 있었던 나는 
무.조.건.앞.자.리 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보헤미안석은 객석과 무대의 단차 대문에 일부 장면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무대 전체가 다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배우님들의 표정이나 모션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좌석은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보헤미안석을 예매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 물랑루즈는 공연장 앞 포토존을 아주 화려하게 꾸며놨는데 
저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아주 길게 줄이 서 있었다. 

무대의 느낌을 미리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다른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포토존보다 화려해서 눈길을 끈다. 

공연 전에 관객들이 대기하는 대기장소를 세틴의 대기실처럼 꾸며놨다.
시작하기 전부터 무대의 배경이나 분위기를 먼저 느끼고 
몰입을 도와주게 할 수 있는 장치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은 저 의자에 앉아서 도도한 세틴인척 사진을 찍고
마네킹에 있는 금장식을 만져보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수십,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에워싸고 구경하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한장 찍어볼까 하고 쭈뼛거리며 다가갔지만 
바로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수백개의 눈동자가 언제 자기 차례가 올까.. 하면서 나만 보고 있어서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올라올걸.. 후회가 된다.

나는 사실 물랑루즈 영화를 보지 않았고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영화를 꼭 봐야한다는 언니의 강력추천에 
영화를 보려고 시도했으나 너무 옛날 영화라서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결국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Lady Marmalade가 나온다는거랑 
레이디가가 노래가 나온다는거 정도..?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본 짜집기 영상을 통해 
이게 사틴이라는 코르티잔(고급창부)과 크리스티안이라는 작가?의 사랑이야기라는 것 정도였다.

처음 입장을 하면 정면에 커다란 코끼리가 보인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셋팅을 보면서 입장과 동시에 우와! 하고 탄성을 뱉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어서 
입구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서 촬영을 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를 찍거나 코끼리를 찍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무대는 이래도되나 싶을만큼 화려하다. 
무대장식과 조명에 예산을 들이부은 것 같다. 

저 물랑루즈 글자가 저렇게 한가운데에. 그것도 앞에 떡하니 있으면 
배우들이 연기할때 가려지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자리를 찾아 입장하다 말고 또 한번 사진을 찍었다.

여담이지만 저 물랑루즈 간판은 공연이 시작하면 위로 올라간다. 다행이다. 

내 자리(보헤미안석)의 시야는 이런 느낌
아.. 너무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나... 
그럴리는 없겠지만 배우가 오른쪽구석으로 가면 안보일수도 있겠는데 싶어서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관람하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었다.  

공연 시작 전에 배우들이 미리 나와서 연기를 하는 '프리쇼'가 진행된다 


시작 전 배우분들이 나와서 물랑루즈가 어떤 곳인지 
관객이 사전 정보 없이도 극의 배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기를 하는데 
치명적인 의상(약간은 선정적이기도 한 의상)과 
배우님들의 농염한 연기는 진짜 대박이였다. 

프리쇼부터는 촬영이 금지되는데, 
카메라를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무대에 집중했고 
무희 옷을 입은 여자배우들이 나와서 신사 복장을 한 배우들을 꼬시는데 
나도 같이 꼬셔져버렸다. 엄청나게 치명적이었다. 

어리고 경험없는 순수한 크리스티안에 이충주배우가 매우 잘 어울렸고 
김지우배우는 가냘프고 예뻤다. 


팝송의 한글화가 거슬렸다는 후기들도 많았지만 
너무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원곡들이라 
사실 이 정도면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었다고 생각했고 듣기 거슬릴 정도는 아니였다. 

공연을 보고난 뒤 그 감동과 화려함을 잊을 수 없어서
기어이 원작을 어떻게든 찾아서 보게됐는데 
확실히 원작 영화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대단했다. 

뮤지컬 물랑루즈도 분명 대단했지만 
영화의 연출이나 스케일을 따라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원작 물랑루즈가 인생영화였던 사람이라면 
약간은 실망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뮤지컬을 먼저 보고 영화를 나중에 본 나한테는 
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공연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대단하고 화려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인생 뮤지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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