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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다리는 아프지만 맨 앞자리에 서서 가야하는 이유

다리는 아프지만 맨 앞자리에 서서 가야하는 이유
에노덴 전차

 

발바닥 모양이 이상해질 것 같던 게다를 벗어던지고 
열정 가득한 축제 현장을 뒤로한 채 에노시마로 향했다.

 

쓰루오카 하치만구의 축제

생각보다 길다. 이 행렬... 언제끝나? 사실 이곳에 온 것은, 전적으로 기모노를 빌려입고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벚꽃축제를 하는 아사쿠사에서 기모노를 입겠다고 생각했지만 [거기는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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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시는 친척분께서 가마쿠라에서 에노시마까지는 금방이라며 
차로 먼저 가 있을테니 전철을 타고 천천히 오라고 하신 뒤 슝~하고 가버리셨다. 

이미 게다를 신고 발바닥이 이상해져서 더는 걷고싶지 않았던 내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지만..

이 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바닷가가 나오고, 슬램덩크에 나왔던 기차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 열차를 타기 위해 이 곳에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일본을 제대로 즐기라는 친척분의 배려였음을 알게됐다.  

열차엔 사람이 많았고 앉을 자리는 없었다 ㅠ_ㅠ

할 수 없이 서서 가는데 언니가 왜인지 앞쪽에 서라며 등을 떠밀었는데 
어차피 일본 지하철도 타볼만큼 타봤고, 지상철이라고 해봐야 뭐가 다르겠어 싶어서 나만 시큰둥.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아~? 하고 핸드폰을 잽싸게 꺼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는 나를 보며 언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열차 기관사님은 역에 도착할때마다 기관실에서 내려서 
승객이 안전하게 다 탑승했는지 확인하고 열차를 출발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파란 플라스틱통에 물을 잔뜩 받아와서 열차 앞 유리를 청소하시기도 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라는 노래가 있는것처럼
국내에도 기차길이나 지하철 선로 옆에 집들이 있는 모습은 흔하긴 한데 
선로와 집이 이렇게 가까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자칫 실수로 탈선사고라도 생기면 옆집 담벼락으로 기차가 골인 할 정도의 좁은 간격에 
이렇게 집이랑 선로가 가까운데 시끄럽지 않을까?

주민들이 싫어하고 다른곳으로 옮기라고 항의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열차가 지나가는 내내 길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차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다. 

현지에 살고, 매일 이 열차가 지나가는걸 보는 사람일텐데도 
(왜냐면 집 마당에 있는 사람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기차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 그 모습이 신기했다. 

생각보다 소음이나 진동이 크지 않은가..? 라고 생각해보지만 해답은 모르겠다.

어느새 창 밖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닷가 근처에는 차도 사람도 꽤 많았는데 
슬램덩크에 나왔던 건널목은 왠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통과하는 느낌이였다. 

기관사님의 작은 배려였던건지 아니면 순전히 내 느낌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에노시마역의 마스코트라는 새 4마리... 인데 한마리가 사진에서 짤렸다. 
이름 모를 새야 짤라서 미안해. 

이 새는 에노시마역의 명물이라고 하는데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다.

누가 이렇게 솜씨좋게 털옷을 만들어서 입힌걸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혀줄 정도의 정성인데 왜 이름은 안 붙여줬을까? 

발바닥이 무너지게 아팠고, 더이상 걸을 수 없소!!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열차를 탄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1박2일동안 뽕을 제대로 뽑겠다고 계획한 
사실은 조금 불가능한 여행계획은 그렇게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에 일본에 방문했던 이야기이며, 
하루 빨리 백신접종이 끝나고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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