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치앙마이에 갔을때 베란다리조트에 숙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리조트가 5성급인지는 몰랐었고
그냥 넓은 부지에 굉장히 자연친화적이고 깨끗하게
예쁜 리조트였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언니가 회사동료분을 통해 치앙마이 베란다 리조트의 쉐프가
한국에서 태국 요리 식당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국요리는 항상 맛있지만
맛있게 제대로 잘 하는 식당이 별로 없는데
현지 리조트에서 쉐프를 하던 사람이 한국에 와서 식당을 차렸다고 하니
호기심만 기대반
주말저녁이라 피곤해서
가기 직전까지도 갈까말까 조금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지만
주말을 잠만 자고 보낼 수는 없다는 마음에 지하철을 타고 정자역으로 향한다.
정자역 2번출구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고 보니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
언니는 내 손을 이끌고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건너야지] 라고 말했다.
지도좀 확인하고 가자고 하자 또다시 [(초록불로) 바꼈는데?]
건너는게 당연한데 왜 안 건너냐는 뉘양스
하지만 그녀는 길을 모른다.
언니의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니
가로수가 예쁘게 꾸며진 공원길과 차도 옆에 붙어있는 길이 나온다.
네이버 지도는 찻길쪽으로 가라고 나와있는데
언니는 [난 이쪽(공원쪽)으로 가고싶어]
평소라면 안돼 우린 찻길쪽으로 가야해~ 라고 했겠지만
그래 조금 돌아가면 어때 주말인데
어찌저치 찾아온 식당 "란반(LANBAN)"
식당 이름이 무슨뜻일까 궁금해서
태국어 번역기로 찾아봤는데 안 나온다.
지하철에서 언니가 [넌 가서 뭐 먹고싶어?]라고 물었을때
난 [망고주스]라고 답했는데
요즘 입맛이 많이 없기도 했거니와
동남아에만 가면 먹던 망고주스의 그 맛을
한국에서 느낄 수 있을까가 내 최대의 관심사였다.
우리가 주문한건
똠얌 쌀국수
파인애플볶음밥
새우 딤섬
망고주스
태국에 갔을때 샀던 코끼리 가방이 떠오르는
알록달록한 벽장식과 인테리어를 보면서
치앙마이에 있는 식당에 와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별 생각이 없었던 요리에도 점점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할때쯤
가장 먼저 나온 망고주스
마트에서 파는 망고주스 그대로이거나
망고주스 액상에 물 탄 맛이였다.
아 이게 아니야....
내가 원한건 이게 아닌데..ㅠㅠ
최소한 안 달더라도 생 망고를 갈아서 쓰거나
스무디같은게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서운했다.
두번째는 똠얌 쌀국수
이미 망고주스에서 기대치가 확 깎여버린 나는
기대감이라곤 1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많이 못먹으니까.. 라며 작은 앞접시에 조금 덜어서
국물을 한입 먹는데 [오 맛있잖아!?!?]
이건 내가 알던 똠얌꿍의 맛 중에서도
탑티어에 드는 굉장히 맛있는 맛의 똠얌꿍이였다.
한마디로 J.M.T
두번째로 나온건 파인애플 볶음밥
사실 파인애플 볶음밥은
맛있게 하기가 의외로 어려운 요리인데
이집은 파인애플 볶음밥도 엄청 맛있었다.
태국 음식을 잘 못먹는 사람과 같이간다면
일행은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켜주고
나는 다른 맛있는것을 먹으면 둘다 만족할 것 같은 맛이다.
새우 딤섬
이건 그냥그냥 무난한 맛이였다.
메뉴 두개만으론 조금 아쉬워서
추가로 주문한거였는데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이것만 놓고보면 꽤 먹을만한 편인데
앞에 두개의 메뉴가 너무 넘사벽으로 맛있어서
다음번에 가면 굳이 또 시킬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최근 식욕증진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입맛도 없고 식사량도 많이 줄어서
굳이 내가 맛집을 찾아서 가는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가도 많이 못먹을텐데...
하는 생각이 조금 깔려있었는데
맛집은 괜히 맛집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듯이
나는 과식을 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숨을 쉴수가 없다고
이렇게 과식한건 진짜 오랫만이라고
기분좋게 히히히 거리면서
다음엔 누구랑 또 여길 올까~ 하고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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