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에 오기 전 이모는 예스걸이였다.
숙소, 음식, 투어 그 어떤것을 보여줘도 다 예스였고
첫 해외여행이라 들뜨고 설레는 마음 한 가득으로 빨리 여행날짜가 다가오면 좋겠다
무엇을 보여줘도 다 너무 좋고 맘에든다♥ 의 텐션이었던 그녀는
보라카이에 온 뒤 욕망의 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이트비치의 파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첫날부터 일정에도 없던 서핑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 해외여행에서 갑작스럽게 하고싶은게 생길 수도 있고
모든게 일정표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거지만
여행에서의 시간은 무엇보다도 귀중하다.
서핑샵을 찾아 화이트비치를 걷고 또 걷느라 첫날 점심식사를 날린 그녀는
둘째날도 내내 서핑만 노래를 불러댔다.
힘들게 해외여행을 왔으니 각자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하고 가야한다는 주의인 언니는
그녀가 원하고 또 원하는 서핑을 어떻게든 하게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보라카이 해양관광청에서
해상스포츠 중단을 명령한 상황이니 서핑샵을 찾아
아무리 걷는다고 한들 문을 연 곳이 있을리가 없었다.
미리 예약했던 체험다이빙마저 악천후에 취소된 상황
이쯤되면 상식선에서는 서핑을 포기하는게 옳았으나
그녀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정도면 서핑에 미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도 일정은 즐기자고 예정대로 윌리스락으로 가서
사진도 찍고 해변 요가도 했지만
이모는 아쉬운지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며 서핑샵을 눈으로 계속 찾았다.
포기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려던 그때
해변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서핑보드와 카약을 발견하고
땅으로 꺼지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핑보드를 빌리자 현지 가이드가
보드를 잡고 같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보드 위에 올라갈동안 흔들리지 않게 보드를 잡아준다.
[우와 이거 너무 좋아. 뒤에서 잡아주니까 너무 쉬워]
신난 그녀가 기뻐하자 가이드가 [ONE MORE?]라고 물었고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물 속으로 향한다.
그렇게 이모는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해가 다 지고 해변에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원없이 서핑을 즐기고 또 즐겼다.
아마 밀물로 인해서 물이 계속 들어오고
수심이 점점 깊어지면서 더는 안된다는 가이드의 제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끊임없이 서핑을 탔을거라고
생각 아니 확신한다.
시간이 늦어지는것, 우리가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다는 것,
언니와 나는 서핑을 타고있는 이모를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것,
시간이 더 늦어지면 마사지 예약 때문에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없다는것은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쉴새없이 서핑을 탄 그녀는
더 타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쉽다고 아쉬워했고
언니는 이렇게 가이드가 뒤에서 잡아주고 타는 서핑은 정말 대단히 좋은거고
이런 경험을 하긴 굉장히 어렵다고 하면서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새벽에 와서 다시 서핑을 하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다음날 새벽 6시에 만나자고
현지 가이드와 약속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부랴부랴 숙소에서 옷만 갈아입고
마사지샵으로 향했는데
마사지를 받으며 이모는 코를 골며 깊게 잤다.
그래 피곤할만도 하지.
.
.
.
해변 요가를 하느라 옷이 흠뻑 젖어있는 상태에서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이모를 기다려서일까
나는 감기에 걸려버렸고
우린 다음날 새벽에 서핑을 하러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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