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다리가 풀릴만큼 무서웠던 이유
Amphawa Floating Market
우와! 언니!! 이거봐봐!!!
처음 언니가 수상시장을 가자고 했을때
배 위에서 장을 보는 수상시장을 떠올리며 엄청 설레였는데
막상 도착한 암파와 수상시장은 말 그대로 수상(물 위에 있는) 시장이였다.
기대했던 풍경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런 수상시장의 풍경또한 국내에서는 흔한 광경이 아니기도 하고
새로운 것에 금새 호기심을 보이는 성격답게 아쉬움은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낮시간의 수상시장은 의외로 한적했는데
배가 고팠던 우리는 일단 뭔가 먹을것과 살만한것을 구경하기로 하고
천천히 앞쪽을 향해 걸었다.
물위에는 가끔 보트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이 지나갔고,
저녁에 반딧불투어를 예약한지라 보트투어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슬슬 상점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각종 건과일과 과자따위를 파는 상점이 나오자 눈이 휙휙 돌아간다.
[우와 언니 이거좀봐!!!]
[살거야?]
[음... 잘 모르겠어.]
[우와 언니 이거봐! 고기다. 맛있어보여...]
[배고파? 지금 여기서 먹을꺼야?]
[아니 그건 아닌데 맛있어보여서..]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이 휙휙 돌아가고,
살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결정까지의 시간이 제법 오래걸리는 나와 달리
언니는 선택과 결정이 빠른 사람이다.
물론 우리가 오후에 투어를 예약해 둔 상황이 아니였다면,
그녀는 나에게 천천히 둘러보고 얼마든지 고민해도 된다고 얘기해줬겠지만
그러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
한참을 걷다가 인적이 조금 드문 골목길에서... 처음보는 생명체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언니 저거봐바!!!!!!]
[아!! 왜!! 또!!]
시간이 없는데 자꾸 발걸음을 멈추는 것에 슬슬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꼭 봐야하는 것이였다.
[저거 악어아니야..?]
[헐...!!!! 너 저거 사진 찍을 수 있어?]
순간 해외에서 야생동물에 물려서 다쳤다는 수많은 기사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여 앞으로 가고 있는데
언니는 어느새 지나가던 외국인 커플을 데리고 왔다.
외국인 커플은 큭큭거리며 언니를 따라오다가 갑자기 [헙!!] 하더니
외국인 여자친구가 [빨리 사진찍어 빨리] 하고 남자친구 등을 떠미는데
외국인 남자친구가 아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닥쳐] 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이 커플을 시장내에서 여러번 마주친적이 있었는데
그는 다시 없을만큼 다정한 남자친구였지만, 파충류 앞에선 사랑보단 생존이 우선인가보다 ㅋㅋ
그렇게 근처로 조금씩 다가가던 우리의 인기척에 놀란걸까
갑자기 악어가 우리쪽으로 빠르게 다가왔고 우리는 모두 혼비백산
악어는 다행이도 하수구의 수로로 빠르게 도망갔고,
그 자리에 있던 네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이제 더이상 시장에서 파는 그 어떤것도 신기하지가 않았고
심신이 너무 지친탓에 카페같은 곳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건너편에 카페같은게 보여서 다리를 건너갔는데
골목길에서 커다란 대형견 6마리를 마주쳤다.
게임같은걸 하다보면,
<앗! 들개가 나타났다>
- 싸운다
- 도망간다
이런 선택지가 나오는 게임들이 종종 있는데 우리는 잽싸게 도망간다를 선택했다.
개들이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는 중이라 다리를 건너 사람이 많은 곳까지
['뛰면안돼. 무서워도 돌아보면안돼.] 를 서로 중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이제 시장 구경이고 카페고 더는 가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반딧불 투어를 예약했던 곳으로 가서 잠시 한숨 돌린다.
투어를 시작하기 앞서 가이드가
[작년에 사람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되고, 그 사람들은 죽었으니 조심하라] 고 얘기했는데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는 와중에 거대한 파충류를 본 4명만이 표정이 굳는다.
[우리 아까 여기 시장에서 악어를 봤어]
라고 얘기했는데 사람들이 모두 비웃는다.
[진짜야. 정말 악어를 봤다니까?] 하고 아까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배 안의 사람들이 다들 놀란다.
그래 물속에 이런게 살면 물에 빠졌을 때 죽을 수 있지.
가이드가 말한 작년에 일어난 사고가 아주 타당하게 들린다.
그렇게 투어가 시작되고 우리가 탄 배는 알게 모르게 수평을 맞추는 사람들로 인해
그 어떤 배보다 아주 안전하게 아무 일 없이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가 본 것은 악어가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코모도 왕도마뱀'이였다.
- 코모도 왕 도마뱀 - 육지에서 시속30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독이 있어서 물리면 서서히 기력을 잃고 쓰러지게 됨 사진 및 내용 출처 : 위키백과 |
반디불 투어는 정말 예뻤지만
돌아오고 난 뒤에 기억에 남는건 코모도와 들개 뿐이였다.
아마도 반디불투어는 미리 준비된 만남이였고
코모도와 들개는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동물원에서도 못본 거대한 파충류. 마치 공룡과도 같은 그 외모.
멸종 위기종과의 만남은 아주 짧았지만 그 강렬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Amphawa Floting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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