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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소메타로 - 소문난 맛집에는 먹을것이 없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맛집 

일본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첫번째 위시리스트로 뽑았던 것이 식도락이였다. 

일본은 한 분야를 대를 이어가면서 맛을 연구하고 유지해오는 장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고 
유튜브에서도 일본 장인분들의 현란한 솜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였고, 

장인이 있는 맛집을 가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였다. 

국내에서 음식점을 선정하며 눈에 들어온 곳이 '소메타로'였다. 

1938년도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내려온다는 곳.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다는 전통맛집!! 

아 여기야말로 내가 원하던 장인맛집이겠구나!!! 

아사쿠사에서 조금 걸어서 도착한 소메타로의 외관은 정말 일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고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에서 준 비닐봉투에 신발을 담고, 자리에 앉아서

새우 오꼬노미야끼, 삼겹 오꼬노미야끼, 김치삼겹야끼소바를 주문했다. 

그리고 각자 1인 1음료를 주문했는데, 

이때가 4월인데도 날씨가 조금 더웠었고 실내에는 에어컨이 없었는데 

아사쿠사를 구경하고 다시 소메타로를 찾느라 꽤 오래 걸은데다 땡볕에서 베낭을 메고 웨이팅까지 한 탓에 다들 매우 지치고 갈증이 난 상태였다. 

그릇에 담겨져 나온 오꼬노미야끼를 직접 쉐낏쉐낏해서 기름을 두른 철판에 올리고 직접 만들어서 먹는 방식!

그다지 친절한 시스템은 아닌것 같다. 

옆에 외국인들은 직원이 도와주는것 같았는데

직접 조리를 하는것도 어쩌면 추억이 될 수 있겠다 싶었고, 
오꼬노미야끼를 좋아하는 형부가 있으니 우리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래도 식당마다 가장 맛있을 조리법이 있을 수 있으니 식당에 배치된 영문 설명서를 확인하고 굽기시작! 

이게 원래 이런 맛인가?


일본 TV,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등에서 가족들끼리 오꼬노미야끼를 해먹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고 
일본에 가기 전까지 '슈퍼맨이돌아왔다'에서 추성훈이 사랑이랑 같이 오꼬노미야끼를 해먹는 걸 VOD로 봤던 나는 

오꼬노미야끼를 직접 만들어서 먹는것에 꽤나 들떠있었다. 

적당히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오꼬노미야끼를 뒤집고 소스를 발라서 한입. 

음......? 이게 원래 이런 맛인가???? 

이런걸 맛있다고 먹는걸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오꼬노미야끼를 좋아한다는 형부와 평소 일본음식을 많이 접해봤던 언니의 표정을 살폈다. 

언니는 조용히 휴지에 먹던 오꼬노미야끼를 뱉어냈고 
형부는 [이게 덜 익은건가???] 라고 심하게 당황하면서 오꼬노미야끼를 더 익히고 있었다. 

더 오래 익힌 오꼬노미야끼를 다시 한입.

아... 덜익은 문제가 아니였구나. 

오꼬노미야끼를 처음 먹어본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밍밍하고 퍽퍽한데다 밀가루 반죽만 씹히는 이 맛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일본의 식문화와 00년 전통의 맛집이라는 이곳의 맛과 문화를 느껴보고 싶었고 
원래 이런 맛의 메뉴인거라면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맛을 못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맛을 느끼려 노력하며 묵묵히 오꼬노미야끼를 씹었다. 

[원래 이런거 아니야. 억지로 먹지마.]

언니는 늘 눈치가 빠르다. 

[야끼소바먹자. 이건 맛있을거야.]

형부는 합리적인 사람이라 못먹을 맛의 오꼬노미야끼는 빠르게 포기하고 맛이 없기 어려운 메뉴인 야끼소바를 먹자고 제안했다. 

사실 메뉴를 주문할때, 나는 내심 오꼬노미야끼만 3가지를 먹기를 원했었다. 
얼마나 맛이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고, 종류별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언니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메뉴인 야끼소바를 선택했었고 속으로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곳의 오꼬노미야끼를 먹어보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언니의 선택은 늘 옳아.' 였다

김치삼겹야끼소바

김치와 삼겹살과 면인데 이건 솔직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메뉴이기도 하고
평소에 좋아하는 메뉴인데다 한국의 일식당에서도 꽤 많이 접해본 메뉴라서 다시 기대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일본에서 먹는 야끼소바의 맛은 어떨까?

아무래도 현지음식이니 더 특별한 맛이 있을까? 

무난한 것이 무난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야끼소바는 숙주를 올리고 직원이 와서 직접 볶아줬다.

그래. 직원이 해주는거니까 이거는 먹을만하겠지. 


그래도 80년이 넘도록 가게가 망하지않고 버틴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야끼소바는 원래 무난한 메뉴이고,
실패하기 어려운 메뉴이니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나가서 다른 것을 더 먹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야끼소바는 맛이 없었다. 면이 뚝뚝 끊어지고 간도 안맞는다.
차라리 생생우동의 야끼우동을 끓여먹는게 더 맛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끼소바도, 메인인 오꼬노미야끼도 맛이 없는데 왜 맛집인걸까? 

이 식당에서 먹은 것 중에는 더위와 목마름을 가시게 해준 라무네가 그나마 가장 맛있었고 
입맛을 버릴데로 버린 우리는 서둘러 식당을 나왔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방을 살짝 스캔했는데 

청결해보이지 않는 주방.
친절하지 않은 직원. 
친절하지 않은 시스템. 
그리고 인스턴틀 라면이 더 맛있을법 한 요리솜씨. 


대체 무엇이 이 가게를 유지하게 해준 비결인걸까? 

그리고 대체 왜 수 많은 블로거들은 이 집이 맛집이라며 맛집 포스팅을 하고, 기분좋게 식사를 마쳤다고 얘기하는걸까? 

물론 사람마다 입맛은 제각각이니 누군가의 입에는 맛이 있었을수도 있고
주방장이 바뀌었다거나 그날따라 컨디션이 나빴다거나 뭔가 이유가 있었을수는 있겠지만 

'오랜 역사가 있는 식당'에는 동의하지만 '오랜 전통의 맛집'이라는 블로거들의 키워드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일본에 가서 꼭 먹어야 하는 맛집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맛집 

유명해져서 거품낀 오래된 식당 

맛도 특색도 전혀 없는 라무네맛집 


오늘도 네이버 블로그에 속은 나 자신을 원망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2018년 4월에 방문했던 것을 기준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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