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기 별로야.. 다른 곳에 가고싶어.
길었던 14박 15일의 베트남 여행이 끝나갈 무렵.
연로한 아버지의 체력을 고려해 뒤로 갈 수록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온전히 휴식을 하려 했었고
모종의 사건으로 그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지금.
숙소는 둘이서 지내기엔 너무 넓고, 잡혀진 일정은 없다.
호텔은 환상적으로 좋았지만 아버지와 같이 왔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에 자꾸만 내려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다.
[안되겠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그럼 브릴리언트 호텔 레스토랑 한번 더 가고싶어]
[니가 원하면 갈수는 있는데, 거긴 쓸데없이 비싸고 재료도 신선하지 않던데...]
[응 다른건 되게 별로였는데, 스테이크는 맛있었잖아. 우리 스테이크만 두개 시켜서 먹자.]
[음.... 우선 좀 찾아보고 나서 결정하자.]
그렇게 우린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별점이 높은 레스토랑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던 스카이 뷰 레스토랑(Sky View Restaurant)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어때?]
[난 별로야...]
[여기 사진이랑 잘 봐봐. 평점도 다들 만점줬고 괜찮아보여.]
[응.. 여기로 가자.]
사실 브릴리언트 레스토랑에 가고싶었던지라 썩 내키지 않았다.
Do you like sour?
다낭 해변가 근처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뷰는 좋았고,
우리는 '해산물트리오'와 '스테이크' 그리고 각각 라임주스를 주문했다.
친절한 서버는 우리에게 [Do you like sour?] 라고 물었고
언니는 [Yes]
나는 [Nop] 이라고 각각 대답했다.
[You hate sour taste?] 당황한 기색이 보이는 서버는 나에게 되물었고,
[Yes I don't like. Please more sugar.]
[Oh... Ok..]
단맛이 강한 한국식 라임에이드나 라임모히또를 생각하면서 선택한 라임주스인데다
예전에 태국에서 먹었던 시기만 한 레몬에이드라고 쓰고 레몬물이라고 읽는 것의 악몽이 떠올라서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주문을 받던 서버와 맞은편에 앉아있던 언니가 당황한 듯 하다.
[신맛을 싫어하는데 왜 라임주스를 주문했어? 쟤는 너 완전 진상이라고 생각할껄?]
듣고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덥고 갈증나서 새콤달콤한 주스가 먹고싶었던건데 이럴 때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걸까?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아졌다.
다낭에서 인생 맛집을 찾다.
주문한 메뉴가 모두 나왔고, 내 몫의 라임주스는 딱 내가 원했던 그 맛이였다. 새콤달콤!
이미 브릴리언트 레스토랑에서 해산물에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라
해산물 트리오를 고르는게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주문하자 마자 다낭 앞바다에 나가서 잡아왔다고 해도 믿을만큼 해산물은 신선했고
곁들여 나온 소스 중 초록색 소스는 살짝 매콤하고 톡쏘는 것 같은 맛이였는데
비린맛이 하나도 없는 해산물에서 날 수 있는 조금의 냄새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찰떡처럼 완벽했고
치즈와 감자. 심지어는 브로콜리 하나까지도 모두 맛있었다.
스테이크 스테이크 노래를 불러댔지만 막상 해산물트리오를 한입 하고나니 스테이크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한참을 새우와 홍합 생선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감에 빠져있다가
이제서야 생각난 스테이크를 쓱쓱 썰어서 한입.
하......
브릴리언트 레스토랑은 아무래도 간판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너무 맛있어서 내 입으로 사라지는게 아까운 맛.
고기. 소스. 토마토. 심지어는 평소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당근마저도.....
미슐랭 가이드에서 '이 곳을 가기 위해 여행을 가시오'라는 게 있다던데
나는 언젠가, 이 레스토랑에 다시 가기 위해 다낭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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