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차의 여행

투본강 선라이즈 투어(ThuBồn River Sunrise tour)

시작부터 불안불안하다 


끄어다이에서 두이하이어촌까지 보트를 타고 투본강의 해돋이를 감상하고 포토그래퍼에게 사진을 배울 수 있는 투어였는데
태풍이 불고, 기록적인 호우로 인해 도로가 물에 잠기고, 논밭이 호수로 변해버린 기간에 방문한 호이안이라
배를 타는 일정은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일정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불안함이 컸다. 


코코리버방갈로의 친절한 주인이 내일의 일정을 묻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서 바꿔주면서 여기에 이름을 얘기해주면 내일 투어 픽업을 올거라고 했다. 

[아니, 우리는 이미 예약을 했고, 결제도 마쳤어. 우리가 예약했던 투어에서 픽업을 올 예정이야]

[응 괜찮아. 여기에 이름을 얘기하면 내일 픽업을 올거야.] 

투어를 이중으로 예약하게 되는건가, 이정도면 친절도 투머치인것 같은데..... 
내일 픽업온 곳에서 추가로 요금을 결제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나.... 
투어를 출발하기 전부터 불안감이 엄습한다. 

다행스럽게도 숙소 주인이 전화한 곳은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사였고,
악천후에 일정이 취소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를 배려해서 현지어로 예약확인 및 픽업요청을 다시 도와주었던 것.

그렇게 우리는 친절한 숙소 주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다 우리 9시 뉴스에 나오는거 아니야? 

픽업차량은 커다란 벤이였는데, 처음 차에 탔을 때 운전석의 드라이버와 조수석의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불꺼진 어두운 차 안에서 캄캄한 새벽길을 말 없이 한참동안 달리다가 
뒤쪽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보니 남자 한명이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인사를 할때 계속 조용해서 뒤에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던터라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가이드는 그제서야 그 사람이 포토그래퍼라고 인사를 시켜줬다.

투어를 예약한 손님은 두명인데 기사를 포함한 가이드가 남자3명이라....... 

납치를 당하는건 아닐까? 

베트남 여행을 갔던 최모양이 실종되었다며 9시뉴스에 나오는것은 아닐까? 
쓸데없지만 그 상황에서는 제법 타당한 불안한 생각을 하며 긴장의 끈을 바짝 세우고 
혹시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문을 열고 언니 손을 잡고 뛰어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만지작만지작. 

투본강(X) 요단강(O)


배를 타기 위해서 강가로 이동했는데, 강가 근처에는 소박한 수산시장이 있었다. 
장사를 준비하는 수많은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새벽시장은 언제 와도 좋다. 
일상을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수산시장을 뚫고 한참을 걸어가니 선착장이 나왔고, 무사히 선착장에 도착하고 나니 약간 긴장이 풀린다. 

태풍이 온 다음날의 새벽 강가는 춥다. 

추울것을 예상하고 담요를 미리 챙겨왔는데도 불구하고 차가운 새벽 강바람은 두꺼운 겨울 담요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5분도 안되서 온몸은 덜덜덜 떨리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우리가 가고있는 곳이 투본강인지 요단강인지 알 수 없을만큼 추웠다. 


흔들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배 안에서 카메라를 잘못 조작해서 찍은 사진에 내 마음이 완벽하게 드러나버렸다.

이곳은 요단강이 확실해 


내가 찍은 사진을 가이드 격으로 동행한 포토그래퍼에게 보여주자 
[내가 졌어. 포토그래퍼는 너야] 라며 박장대소를 한다. 

잠깐 웃음으로 추위를 이겨보려했지만, 날씨는 심각하게 추웠고 이 상태면 감기와 함께 다음 일정이 모두 박살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가이드가 태풍으로 인해 물살이 세서 어촌까지는 갈 수 없다며 대신 Farm에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그래, 뭐든 좋으니까 일단 이 배에서 내리게해줘. 얼어 죽을거같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드디어 (추운) 배에서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강가에 있는 공장들을 찍으면서 저긴 스트로우가 많네~! 라고 했더니 가이드가 좋아죽는다. 

베트남에선 이런 식의 개그가 핫한걸까? 

추운 요단강 위의 보트에서 함께 버티며 낄낄거렸더니 어느새 가이드와 친해져버렸다.
역시 사람은 같이 고생을 해야 끈끈해지는 것 같아. 

서서히 하늘에 어둠이 걷히고, 적응이 된건지 아니면 해가뜨면서 추위가 가신건지 조금씩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흐리고 구름이 가득한 날씨인데도 투본강은 제법 운치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목표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서로에게 윈윈하는 결과를 가지고 급하게 배를 돌려서 출발했던 끄어다이의 시장에 도착했다. 

새벽 시장의 활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아침의 수산시장을 잠시 구경하는데 
가이드가 이것은 무슨 생선이고, 이것은 어디에 쓰는거라며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내 짧은 영어실력으로는 그의 말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기대했던 아름다운 선셋은 보지 못했지만, 활기찬 새벽시장과 포토그래퍼의 인정을 받은 인생샷을 건졌으니 

그리고 두고두고 이야기할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겼으니, 절반은 성공일까...

반응형

'차차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이안 레드드래곤 레스토랑  (0) 2020.03.19
호이안 농장  (1) 2020.03.19
호이안 미선(My Son)투어  (3) 2019.05.30
비오는날의 호이안  (0) 2019.05.03
나트랑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0) 20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