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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일상

코로나19 - 자가격리부터 선별진료소 검사까지 경험담

검사 전 증상과 상황

지각을 면하기 위해 오전에 탔던 택시가 문제였을까... 

택시기사님이 마스크를 안쓰고 기침을 하고, 창밖으로 가래를 쉼없이 뱉어댔다. 
코로나19로 나도 부쩍 예민해져 있던 상황이라 그런 기사님의 행동이 되게 찝찝하고 불쾌했는데

바로 그 날부터 갑자기 감기 증상이 시작되었다. 

미열, 인후통, 심한기침, 몸살증상 

딱 알려진 코로나19(우한폐렴)의 증상이였고, 
두려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133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연결된 상담원은 제법 친절하지만 사무적인 톤으로 나에게 몇가지를 물었다. 
1.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2. 대구지역에 방문했거나, 대구지역 사람을 만난적이 있는지
3. 신천지 교인인지 
4.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했고, 상담원은 나에게 일반 병원에 감기진료를 받으러 갈 것을 권했다. 

이튿날 평소 다니던 내과에 진료 예약을 했고, 

의사는 나에게 폐렴 소견이 있다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어디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퇴근 후 야간진료를 다녀온 참이라 시간은 9시가 넘었고,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휴가도 사용할 수 없고, 이래저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인지라

1. 빨리 검사를 받아야해 
2.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돼 
3. 나 때문에 주변 지인/회사동료에게 전파됐으면 어떡하지?
검사비를 지불해도 좋으니 응급실이라도 가서 빨리 검사를 받고 결과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면서 대형병원의 응급실이 폐쇄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뉴스기사가 생각나면서, 혹여나 내가 응급실로 갔다가 확진을 받게된다면 
응급실이 폐쇄되어 다른 응급환자가 진료를 못받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어 난감해진 나는 다시 1339에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자 1339에서는 집근처의 선별진료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고 
선별진료소에 순서대로 전화를 걸었다. 

삼육서울병원 : 숨을 못쉬겠거나 고열이 나는게 아니라면 응급실 진료는 불가합니다. 
일반 외래로 진료를 봐야하며, 대기자가 몇명일지 몇시간을 기다려야할지 예측 불가능하고 예약도 안됩니다. 

경희대학교병원 : 폐렴의심환자는 무조건 음압병실에서 검사를 해야하는데 현재 음압병실에 자리가 없고 대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검사 자체가 안됩니다. 119 상황실에 전화해서 검사가능한 타 병원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서울성심병원은 연락처가 아예 없으니 제외하고, 경희대병원에서 안내받은대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내용을 설명하니 동대문구 보건소의 전화번호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자, 
보건소에서는 이름, 연락처, 주소등과 같은 개인정보와 함께 몇가지 질문들을 더 했고 
의사 진단 폐렴환자인 경우 검사를 받아야 하는게 맞다고 답변받을 수 있었다. 

보건소 담당자는 당장은 검사가 어렵고 예약을 해서 3일 뒤에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고 
그 기간동안은 아무도 만나지말고 자가격리하고, 
검사를 받으러 올때는 자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와야하고 
거리가 너무 멀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 후 택시를 탈 것을 요청했다. 


검사진행 및 결과

회사에 상황을 보고하고 보건소의 지시에 따라 3일간의 자가격리를 했고, 검사당일 새벽 7시 40분. 동대문구청에 있는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사람이 엄청 많이 줄을 서고 있어서 오래 대기할 것을 예상했으나 
새벽시간이여서인지 아니면 예약을 해서인지 줄은 없었고 바로 검사를 했다. 

면봉으로 코와 입안을 깊게 찔러 검체를 채취했고 
결과가 나오는데까지는 2~3일 걸리는데 그 기간에도 자가격리를 유지해야 했다. 

실제로 검사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도 
음압병실이 꽉찼거나, 선별진료소(병원) 현장에서 3~4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한다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의심환자가 있다는건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에게도, 쉴새없이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를 하는 관련직 종사자분들에게도 
참 못할짓이다 싶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검체를 채취하고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문자메시지로 검사결과가 도착했고 다행스럽게도 음성이였다.

그래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주말기간까지 접촉자를 만들지 않으며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했고, 
증상은 더 악화되지 않고 조금씩 호전되었다. 

약 일주일간의 자가격리와 검사를 시행하면서 느낀것을 이야기 해 보자면... 

2차, 3차 감염으로 지역감염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새로운 집단감염지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데도 

신천지 교인,
 대구지역 주민, 해외방문이력이 없는 일반 의심환자는 검사에서 뒤 순위로 밀려나게 되고 
의사의 진단을 받았음에도 검사를 받기위해 환자 본인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하는 이 상황이 
그 당시에는 매우 답답하고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여담이지만, 
1339 상담원의 말로는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호간에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 확진자와의 거리등을 기준으로
접촉자인지 여부를 판별하게 되고, 그렇게 판별된 대상자에게는 보건소에서 먼저 14일의 자가격리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한다. 

따라서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100% 접촉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의사환자와 접촉대상자의 격리기준이나 사후관리가 달라지는 듯 하다. 

의심환자나 의사환자 중 증상이 심하지 않은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추가로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시는 수많은 의료진, 1339, 120, 각 지역 보건소와 119대원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수많은 봉사자들과 유관기관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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