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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일상

병원에서 장기 적출될뻔한 이야기

2주전부터 밥을 안먹어도 복부팽만감이 들고 복통이 심해서 퇴근길에 동묘에 있는 내과의원에 갔었다.

진단명은 역류성식도염을 동반하지 않은 위염.


위약을 처방받아 주말동안 복용했는데 복부팽만감은 사라졌지만 찌르는듯한 복통이 계속 남아있었고 회사 근처의 조금 더 큰 동서울병원으로 갔다.

진단명은 상세불명의 소장염.

수액을 맞던 중, 약 부작용이였는지 실신을 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와서 두세개의 주사제를 더 추가하고 내 이름을 막 부르고 있었다.

어지럼증이 가실때까지 두세시간 더 누워있다가 완전히 괜찮아지면 가라며 간호사는 과한 친절을 베풀었고, 그렇게 힘이 하나도 없이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병원에서 준 약을 이틀정도 더 복용했는데 이번에는 약이 소화조차 안되고 설사와 함께 그대로 나와버렸고, 생리가 시작함과 동시에 심각한 복통으로 움직일 수 조차 없어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남자친구의 조언으로 생리통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하자마자 의뢰서를 써 줄테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오빠는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학병원이 두개 있는데 그중 ㅅㅇ서울병원이 나을 것 같다고 추천했고 ㅅㅇ서울병원에서 2시간여 대기 후 만난 의사는 CT촬영을 권유했다.

단, 오늘 당장 CT촬영을 원하면 입원을 해야만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반 강제로 ㅅㅇ서울병원에 입원했다.

CT촬영 중 혈관조형제를 넣은 간호사가 뭔가를 잘못 건드렸는지 링거줄이 빠져버렸고 내 팔에서는 피와 수액이 줄줄줄 흐르고 있었다.

CT실로 나를 데려왔던 간호사에게 보여줬는데
그녀는 경악을 하더니 허겁지겁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뛰기 시작했다.

병실로 올라가는 도중 엘레베이터에 등에서 추가로 4명의 간호사를 만났고 그 중에 빠진 링거줄을 처치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엘레베이터에는 다른 환자들을 포함하여 족히 10명은 되는 사람이 타고있었고 이러다 혈액을 통해 다른 질병이 감염될수도 있는,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였지만 병실에 도착하고 처음 주사를 연결해준 간호사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처치할 줄을 몰라서 발만동동.

내 팔에서는 피와 링거액이 줄줄줄 새고있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의사가 와서 CT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유동식을 먹어보고 이상없으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이때의 진단명은 장염 후 쇼크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


약간의 허무함과 안도감이 지나고 모두가 깊게 잠든 시간 11시40분.

갑자기 간호사가 나를 흔들어 깨우더니 CT상 초기충수염 소견이 확인되어 내일 외과의가 살펴보고 수술을 해야한다면서 급하게 항생제와 주사제를 추가하고 금식을 선언했다.

걱정으로 잠을 설치고 어느덧 회진시간.

외과의가 와서는 초기라서 이틀정도 더 지켜보고 그때도 통증이 있으면 복강경으로 쓸개와 맹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고는 가버렸다.

의사의 얘기를 들은 언니가
[맹장염인데 쓸개는 왜 제거해?]
라고 궁금증을 드러냈지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의사는 이미 가버렸다.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아는 의사에게 질의도 해봤는데 아무리봐도 맹장염 그것도 초기환자에게 쓸개를 제거하는 일은 없단다.

병원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이 싹틀때쯤,
ㅅㅇ서울병원은 대한침례교에서 설립한 종합병원임을 알게되었다.

나는 사실 종교병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있고, 무교인 내 입장에서는 수술전후에 우르르 몰려와서 기도해주는 그들이 불편하고 정신사납다.

심란함이 가득한채로 병실에 누워있는데 옷장부근에서 까만게 움직인다.
바.퀴.벌.레

아니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종합병원의 병실에서 바퀴벌레라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날 바로 퇴원하고 병원을 옮겼다.

지인을 통해 강북삼성병원을 추천받아 응급실로 갔고 ㅅㅇ병원에서 검사한 영상자료와 소견서를 제출했다.

응급실에서 만난 의사는 친절했고, 병원을 옮기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자 그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 바퀴벌레요? 어디? 병실에서요?]
[충수염인데 담낭도 제거한다고 했다고요?]
[아 링거줄이 빠졌는데 처치할 줄 아는 간호사가 한명이요? 하....]

그는 병원을 잘 옮겼다고. 잘했다며 거듭 칭찬을 하더니 담낭에도 이상이 있는지 영상을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한시간여 후에 돌아온 의사는 담낭에는 이상이 없고 초기충수염 의증으로 입원하여 약물치료 후  증상 호전되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했다.

금식이 풀리고 강북삼성병원에서 받은 첫 식사

똑같은 유동식인데 삼육서울병원과 퀄리티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시설도 깨끗하고 쾌적하고 의료진은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해주었고, 수술적 치료 없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내 쓸개와 맹장은 여전히 내 뱃속에..

이번에 병원을 다니면서 참 많은것을 느꼈다.

병원은 초기에 크고 제대로 된 곳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의사의 말이라고 예예 하면서 궁금한 것을 제대로 묻지않으면 내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는 사소한 어떤 질병이든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또한 나같은 위험에 빠지는 이가 누구도 없도록 주변 모든 지인에게 이번 일을 얘기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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