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의 숨은 안식처, 핀카페
Phin Coffe, Hoi An
'여기가 핀카페인가봐!'
비오는 호이안은 꽤나 운치가 있다.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된 우의에 쪼리 하나만 신고 빗길을 첨벙첨벙거리며 걷다가
어느새 발가락이 목욕탕에 두시간은 앉아있었던 것 처럼 퉁퉁 불었다.
올드시티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핀카페를 찾아가려고
구글지도를 켜고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는데
도저히 둘이서 나란히 걷는건 무리다 싶은 골목에 일렬로 걸어가면서
이러다 언니가 따라오다가 몰래 숨으면 길을 잃을 것 같아서 뒤를 힐끔힐끔
해외에서는 좁은 골목길은 낮에도 위험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 길이 맞는걸까?
구글맵을 계속 새로고침 해가며 골목 안으로 안으로 계속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초록색이 가득한 카페같은 곳이 나왔다.
[와 여기가 핀카페인가봐!!! 엄청좋다]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한쪽에서 쿠킹클래스까지 하고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시크릿가든'이라는 다른 카페에 잘못 들어간 것이였다.
시크릿가든에서 젖은 발을 잠깐 말리고 한숨 돌린 뒤
다시 목적지인 핀카페를 찾아가는데,
시크릿가든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바로 핀카페가 나왔다.
역시나 초록으로 뒤덮인, 조금은 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
왜 여기가 유명한지 알겠다.
카페는 알록달록하게 예쁜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나무로 된 테이블은 주변의 초록이 가득한 풍경과 꽤 잘 어우러진다.
이런 배경에 향기로운 커피향까지 더해지면, 사랑스러움은 배가 되겠지?
사실 핀카페는 야외의 테이블이 유명한 카페인데
이날 비가 와서인지 안쪽에 위치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사람많은 호이안 올드타운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지만,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데다 식물이 가득한 곳에서 잠시 한숨 돌려가는것도 좋았다.
지붕이 달린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주스 2잔과 애플파이를 주문했다.
사실 길을 잃어서 우연히 들어갔던 시크릿가든에서 이미 각자 차와 디저트를 먹었고
거기서 이미 배도 살짝 부른데다 만족감이 100% 채워져서
내가 뭘 주문하든 관심이 없는 언니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알아서 주문하라고 했고
카페를 가면 꼭 케잌이나 디저트류를 기웃거리는 나는
애플파이를 주문하고도 다른 메뉴를 또 시키고 싶어서 메뉴판을 힐끔거렸다.
따뜻한 애플파이의 맛은?
보통 국내의 카페에서 먹는 파이류나 케잌류는
냉장고에 보관을 해서 차갑게 나오는 반면
이곳의 애플파이는 따뜻했고, 안에는 사과가 들어있었다.
따뜻한 파이를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오 맛있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보루를 싫어하는 언니가 한입 먹고 [흐응.. 나는 그만]
그런 언니를 보자마자 왠지 식욕이 저하된다.
아무래도 나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
주스는 상큼하고 시원했다.
오렌지주스는 달달하고 시원한 '아는맛'이였고
파인애플주스는 파인애플을 갈아 넣었는지 신선하고 약간은 신맛이 느껴졌다.
역시 아는맛이 최고야.
소보루 가루로 인해 조금은 입안이 깔깔해졌는데
시원한 오렌지쥬스를 먹으니 상큼하고 입안이 깔끔해졌다.
야시꾸리한 냄새와 뜻밖의 친절함
음식을 한창 먹고있는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꾸리한 냄새가 스믈스믈 올라온다.
야외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걸까 싶어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안쪽에 쌓아둔 짐들때문에 약간 공장같은 느낌이 드는 실내
역시 실외가 메인인 카페라 안쪽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주인은 매우 친절했고,
사람도 없고 한적한 카페의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오묘한 냄새가 계속해서 코끝을 자극한다.
별 수 없이 카페에서 일어나서 돌아온 뒤 트립어드바이저에 후기를 남겼는데
며칠 뒤 내가 남긴 후기에 관리자댓글이 달렸다.
그 내용은
Hello Thank you for your time to review us. Sorry that we could not satisfy you by the day you visited. Your review is really helping us to improve all our member's detail of work. Also need to explain abit, you visited us in the most-raining day in Hoi An, everything was wet, that is the reason of some mess in your photos that not be at our coffee shop in the other day. Hope you can be happier by the next time you visit us. All the best |
나는 관리자의 세심하고 정중한 답변에 감동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리뷰라 다시 올 지 안올지도 모르는데
세삼하게 챙겨서 답변해준 정성과 친절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안좋은 기억으로 끝날 수 있었던 여행지가
주인의 친절함 하나로 안좋았던 기억까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다음에 호이안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맑은 날의 핀 카페의 풍경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Phin Coffe, Hoi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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