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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일상

코로나 확진일기(코로나 증상 부터 입원까지)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2년을 버티면서 나는 아무래도 항체 보유자인가보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수많은 확진자중에 한명이 되어버렸다.

언제 걸린걸까.. 

지난주에 사장님이 코로나 확진이 됐다가 사무실로 복귀하셨는데 그때였을까
아니면 지하철에서 콜록대던 아주머니가 신경쓰였는데 그때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지난주에 지인 생일파티때였을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의미가 없는건가. 

회사에 양성통지서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잰 첫 체온은 37.9도 
아직까지는 목이 좀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좀 나는 정도 

병원에서 받은 감기약을 먹고 누워있으면서 오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미크론은 목을 칼로 써는것처럼 아프다던데 
음식 맛을 못 느낀다던데 
냄새도 안나고 깨어있는게 진짜 괴롭다던데... 

걱정만 한가득 안고 피로감에 잠이 들었다. 

둘째날부터 열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지어준 감기약을 먹으면 아주 잠깐 괜찮아졌다가 
한시간도 못가서 다시 열이 펄펄끓는다.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꾸준히 열이 오르고 있었다. 

한번에 깊게 숙면을 취하는게 아니라 길어야 2~3시간. 
그 이상은 잠들수가 없었다. 

목이 아파서 깨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깨고, 
열이 너무 올라서 깨고, 온몸이 결려서 깨고 

평소에 머리만 대면 잔다고 해서 축복받았다는 얘길 들을 정도로 
한번 잠들면 깊게, 오랫동안 잘 자는 편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코로나에 걸렸을때는 3시간 이상 잠을 잘수가 없었다. 

저녁때가 되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관자놀이에 심장이라도 달린것처럼 
머리가 쿵쿵쿵 하고 심박수랑 같이 울리면서 
어지럽고 토할것같고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숨을 쉬면 쌔액..쌔액 하고 바람빠지는 쉰소리가 나고 
목이 아파서 음식을 넘기는것 조차 고역이였는데 
막상 음식을 삼키고 나면 토할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다리가 퉁퉁 붓고 척추가 찢어질것 같이 아프다.

코로나는 그냥 감기일 뿐이라고 조금은 가볍게 여겼던 스스로가 원망스러운데 
미치겠는건 아직 확진된지 이틀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 

이제는 감기약을 먹어도 열이 아예 내리지 않는다. 

'확진자 응급실', '코로나 응급실 비' '코로나 확진자 병원' 따위를 검색해보는데
일반환자가 아닌 코로나 확진자는 격리를 해야되기 때문에 받아주는 병원도 적고 
응급실 진료비는 본인부담인데다 통상 진료비가 4~60만원정도 나온다는 글들을 보면서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억지로 눈을 붙였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에 가야지. 

확진 셋째날 아침. 체온은 38.8도 

집 근처에 진료가능한 병원에 전화를 걸었는데 
증상을 설명하니 입원을 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고열이 3일이상 지속되고 약을 먹어도 해열이 안되는건 위험하다고.. 

그렇게 집근처에 있는 코로나안심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병원에서 입원 전 준비물을 문자로 보내줬다. 

갈아입을 옷, 속옷, 양말, 수건, 이불, 패드, 샴푸, 비누, 치약, 칫솔, 로션,
슬리퍼, 물티슈, 화장지, 물컵, 종이컵, 마스크10장내외, 충전기

개인적으로 더 필요한 물품과 없어도 될 물품을 골라본다면 

더 챙겼으면 좋았을 것 : 마스크, 여성용품, 물티슈 , 귀마개(매우중요!!)

병실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데, 
기침이 계속 나와서 마스크가 금방 젖기도 하고 
오래 쓰고있으니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새 마스크로 바꾸게 됐다. 

안 챙겨도 될 것 : 옷, 양말, 물컵, 종이컵, 화장지

옷은 일주일분을 생각하고 여유있게 가져갔는데 
막상 입원을 해보니 생각보다 옷 갈아입기가 여의치 않았다. 

링거줄을 계속 꼽고있어서 
옷을 갈아입거나 씻으려면 수액을 빼야하는데
격리병실이라 간호사가 상주해있는게 아니기도 하고 
간호사가 한번 들어올때마다 방역복을 입어야하는데 
나 한명 씻고 옷갈아입겠다고 방역복을 입었다 벗었다 하라고 얘기하기가 참 미안해서 
3일 입원 기간동안 상의는 딱 한번 (새벽에 간호사가 수액 교체하는 타이밍에 잽싸게) 
하의는 2번 갈아입는게 전부였다. 

양말은 아예 신질 않았고(생각보다 병실이 더웠다) 
물은 정수기 없이 500ml짜리 생수를 줬기 때문에 물병, 물컵 자체가 필요가 없었다.

화장지는 화장실에 구비가 되어 있어서 굳이 챙길 필요가 없었다. 

입원 후 첫 식사

식사는 도시락으로 제공됐는데 
매우 짜고 이상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약 먹어야된다. 회복해야된다 스스로 되뇌이면서 
미역국에 겨우겨우 밥을 넘기고 누웠다. 

입원 후 이틀정도 지나니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열이 내리고나니 그제서야 좀 정신이 든다. 

열이 내렸으니 이제 좀 살것같다~ 고 생각하자마자 
폭풍같은 기침이 시작되었다. 
기침이 너무 심해서 가슴이랑 등까지 아플정도로 심하다.

병원 도시락은 여전히 짜고 맛이 없지만 열심히 먹었다.
병원밥은 원래 저염식일텐데 이상하리만큼 짜다. 

컨디션이 점점 돌아올수록 
음압기의 소음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병실 내부에 있는 병균을 병원 밖으로 내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24시간 음압기가 돌아가는데 
식당이나 주방에서 환풍기를 틀어놓은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난다.

처음 병실을 배정받았을때는 고열로 제정신이 아닌데다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거의 제정신이 아니였어서 몰랐던걸까. 

하루종일 울리는 큰 소음 때문에 머리가 울리고 귀가 아팠다. 
너무 힘들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앉아있다가 
추워져서 기침이 심해지면 다시 침대로 돌아오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약기운에 취해서 잠깐 잠들었다가 
기침과 흉통에 다시 잠을 깨면 어김없이 커다란 소음이 반복되는 상황

아.. 귀마개를 챙겨올걸. 
아니면 이어폰이라도 가져올걸. 

퇴원 직전에 재본 음압기의 소음 데시벨은 72.5 

소음때문인지 코로나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퇴원 이후에도 반나절정도 심한 두통에 시달렸고 
하루정도 간헐적으로 이명에 시달려야 했다. 

퇴원 전 마지막날의 식사 

그렇게 3일을 입원하고 
폐 CT결과에서 폐렴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나는 퇴원을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코로나 격리해제가 된지 2주 반정도 지났다. 

나는 아직도 기침을 하고, 
아직도 목에 심하게 가래가 낀다. 
말을 하기 전에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는 습관이 생겼고 
하루종일 민트사탕을 입에 달고 있다.
체력저하로 인해 극심한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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