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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쥐와 겸상하는 베트남식 BBQ


리뷰에 속았다.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숯불 피워놓고 옹기종기 앉아서 고기며 굴이며 구워먹는것을 좋아하셔서 

항상 숯불구이에는 다른 사람보다 추억이 더해져서 인지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뭐 사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맛이 있는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고
어쨌든 숯불구이는 어딜 가든 크게 실패를 안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베트남 현지식 숯불구이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고 저렴한 가격에 로컬 분위기를 잔뜩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명성이 자자하기에 기분좋은 식사를 기대하며 즐겁게 이곳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현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베트남 거리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앞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면서도 매우 잘못된 선택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처럼 고기집에 연기를 빼는 관이 따로 없는 나라이기에 

식당 안은 연기가 자욱했고, 안쪽에선 눈과 입이 매운지 기침을 해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콜록거리며 연신 부채질을 해대는 사람들. 시야의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찬 연기는 화생방 훈련을 연상케 했다. 


돼지고기 1인분, 조개탕, 파파야샐러드를 주문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메추리알과 동그란 뻥튀기같은게 나왔다.
뻥튀기같은 저 것은 바삭하고 맛있었고 메추리알은 먹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저것은 다 따로 돈을 받는 메뉴라 
한국처럼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의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서로 감정을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주문을 한지 한참 지나도 음식이 나오질 않는다. 

사람으로 꽉찬 식당에 종업원은 한두명정도라 딱 보기에도 바빠 보이기에 이해하고 차분히 앉아 메뉴가 나오길 기다린다. 

한순간에 입맛이 사라지는 느낌

주문한 고기가 먼저 나왔고,
조그마한 석쇠에 스스로 고기를 구워서 먹는 방식.

그래 맥주 한잔 하면서 가볍게 고기를 먹기에 좋은 곳이다.

잘 익은 고기를 한점 베어물었는데 질겨서 씹히질 않는다.
평소 치아가 좋지 않은 내 탓이려니 생각하면서 고기를 질겅질겅 씹는데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겨우 한점 삼키고 나서 맥주를 들이키는데 

아..... 쥐와 눈이 마주쳤다. 

팔뚝만한 쥐가 이곳의 쇼호스트인지 식당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쉴새없이 드나들며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간섭한다. 


그러고 나니 왠지 질긴 이 고기가 돼지고기가 아니라 쥐고기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기분탓이겠지만 속이 좋지 않다. 

잠시 후 안쪽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쳐다봤는데 벽에 커다란 바퀴벌레가 'Hi!' 하고 수줍게 달려있다.

어느새 식욕은 사라졌고, 체할 것 같은 기분만 남았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언니를 쳐다봤는데 아마 아직 이곳의 호스트들을 못본 듯 하다. 


제법 이 곳을 마음에 들어 하는 언니에게 남은 고기를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자고 졸랐고 
그녀는 아직 음식이 다 안나왔다고 작게 항변했지만,

소화력이 안좋은 그녀가 그것들를 보기전에 빨리 이 곳을 떠나는것이 나에겐 더 중요한 임무였다. 

조개탕은 포기하고 샐러드는 포장을 하자고 그녀를 달래고 

계산을 하고 나와서 영수증을 보는데 계산서가 이상하다. 
고기 1인분, 조개탕, 파파야샐러드를 주문했는데

계산서에는 고기2인분과 구경도 못한 조개탕, 파파야샐러드, 메추리알이 적혀있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직원을 불러서 값을 정정하고 나오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베트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현지식 BBQ라는 리뷰에 속았다. 

베트남의 (안좋은 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비 위생적인) 현지식 BBQ였고 


결국 그날 나는 체했다. 



Quán Cơm Huế Ngon(숯불구이)

+84 90 530 97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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