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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부온마투옷 드레이 삽, 드레이 누 폭포 (Buon Ma Thout Dray Sap, Dray Nur Waterfall)

천마리의 나비가 춤추는 곳

부온마투옷의 숨은 휴양지에서 1박을 하고,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다는 부온마투옷 시내로 숙소를 옮겼다. 
DRAY SAP, DRAY NUR 폭포를 이동하는 교통편이 마땅찮아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전날 호텔 로비에서 차량과 기사를 대여하는 데 성공했고, 다음날 아침 픽업을 온 기사는 조용하고 착해보였다. 

시내에서 벗어나고 한참을 달려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섰는데 길가에 수천마리의 나비가 춤을 추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초록색 나무가 가득한 산길에 셀 수 없을만큼 많은 나비가 길고 긴 산길을 달리는 내내 춤을 추는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고, 아마 살면서 두번다시 보기 어려울 광경이리라. 

어글리코리안은 가까이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DRAY NUR는 아름다웠다. 
눈부시게 맑고 예쁜 날씨마저 완벽했고, 물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아버지가 바위들이 듬성듬성 있는 폭포의 끝으로 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있고 한쪽에는 출입금지 팻말까지 세워져 있는... 딱 봐도 가면 안되는 장소

[아버지 위험해요. 거기는 출입금지 구역이예요.]

눈이 보이지 않는 그가 출입금지 팻말을 보지 못했을까봐 그를 말리려했으나 실패. 
그를 잡아서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따라가보려 시도했으나 
듬성듬성 자리잡은 물이끼가 있는 바위는, 눈이 잘 보이고 건강한 나 조차도 들어가기 위험한 곳이였다. 

해외 관광지에서 들어가면 안되는 곳에 갔다가 눈총을 받거나 사고가 난 관광객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왕왕 보도되는데
그 뉴스를 볼 때 마다 나는 나라망신을 시키는 어글리 코리안이라며 혀를 끌끌 차곤 했는데,
그 위험하고 무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 부모라니.....

당신의 안전과, 시간과, 두 딸의 근심을 담보로 위험지역까지 들어간 그가 얻은것은 과연 무엇이였을까.... 

Can you speak English??? 

폭포의 절경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다는 다리 위에서 눈부시게 예쁜 폭포의 사진을 담고 난 뒤 우리는 길을 잃었다. 

정확히는 DARY NUR의 안내 표지판에 트래킹을 통해 DARY SAP으로 갈 수 있는것 처럼 표기되어 있었고,
만나는 베트남인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그들은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응 이쪽으로 가면 다른 폭포를 볼 수 있고, 그곳은 멀지 않아. 걸어서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
[아니 이곳의 폭포는 하나야. 다른 폭포가 더 있지는 않아.]

같은 장소에 서서 길을 묻는데 왜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이 다르단 말인가... 

위험지역에 들어갔다가 가드에게 혼나고 체력을 다 소진한 아버지를 주차장에 있는 커피숍에서 쉬시게하고 
아버지가 기다리다 지치시면 안되니까 빠른 걸음으로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폭포 두개를 돌아보는 일정을 마치면 다시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기에 
시간상 여유가 많지 않았고, 제한시간안에 DRAY SAP을 찾지 못하면 일정 하나가 날아가는 상황. 

초조해진 발걸음을 재촉하고 온 몸이 땀이 범벅이 될 즈음에 구글 지도를 다시 살펴보았는데 
아무리봐도 차로 20분정도를 가야 하는 것처럼 표기되어 있었기에 결국 두개의 폭포가 다른 폭포라고 결론내리고 
초주검이 되어서 차로 돌아왔는데, 친절한 드라이버가 커피를 건네준다 (따뜻한 커피를)

[하핳...하하핳...하하하하 고..고마워]

아마도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드라이버가 고생하는데 우리가 폭포 투어를 마치고 오면 점심시간이 지나버리고,
그럼 저 드라이버는 밥을 굶어야하지 않느냐며 아버지가 드라이버 몫까지 점심을 사 주셨기에 드라이버도 그 나름대로의 성의를 표시한 것 같았고, 차마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던지라 마음만은 감사하게 받아든 뜨거운 커피는 온몸이 땀으로 젖은 자매에게는 사약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DRAY SAP으로 가는 길 

원래대로라면 그다지 체력소모가 많지 않았을 DARY NUR의 투어를 마치고 DRAY SAP으로 가는 길, 
흰둥이 검둥이의 염소때를 지나고, 길에서 소 떼를 만나고, 다시 한참을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차에서 살짝살짝 졸다보니 어느 새 도착.

해도 너무한 입장료 

입구에서는 입장권을 판매하는 티켓박스가 있었는데, 
DRAY NUR에서는 관광객만 입장권을 결제했는데 여기는 사람수+차량까지 입장권을 각각 결제해야했다.

드라이버가 자기는 운전만 하는거고 내려주고 바로 나올거라고 설명했지만 직원은 차가 들어가려면 무조건 차, 사람수만큼의 입장권을 끊어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고 별 수 없이 돈을 더 내야했다. 

드라이버 포함 사람 4명, 차1대 총 175,000동 (한화 8750원) 

한국돈으로 계산했을 때는 큰 금액이 아니긴 했지만 왠지 불쾌한 것도 사실. 

쉼표 모양의 폭포를 찾아라.

사실 부온마투옷의 폭포 투어는 조금 중요한 일정이었는데, 
언니는 베트남 여행 일정을 짜면서 모든 일정을 아버지를 중심으로 했었다.

[여길 가면 아버지가 기뻐할거야.]
[여기서 아버지한테 뭘 사드리고 뭘 드시게 해드리자.]
[아버지는 코끼리가 보고싶다고 하셨으니까 여기를 넣자.] 

하지만 DRAY SAP 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이 폭포 사진을 보다가 이곳에 반해버린 듯 했다. 

[나 여기서 이 구도로 사진을 찍고싶어.]

언니가 나에게 건넨 사진 한장은 쉼표 모양의 폭포를 배경으로 하늘과 물이 모두 나오는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녀는 해외여행을 갈때 대부분의 일정을 동행인에게 맞추고, 동행인이 즐거워하면 본인도 만족감을 찾는 편인데 
어쩌다 한번씩 '나는 이 장소에 속해있고 싶다.' 라는 식의 느낌으로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내밀곤 했고,
그 사진 한장을 찍는 데 성공하고 나면,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행복해 했었기에 이번에도 그녀의 계획에 적극 동참하기로, 원하는 사진을 꼭 찍어주겠다고 다짐을 하고 그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했었다. 

이 길이 맞단 말이다!! 

이미 DRAY NUR에서 시간을 조금 지체한지라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아버지는 뒷짐을 지며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가셨고, 이미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나는 자연스레 뒤쳐졌다. 

길을 알기나 하고 가시는건지... 돌길을 지나, 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드는 풀숲을 지나... 
그렇게 아버지는 끝도없이 앞으로 가셨고, 우리는 그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벅차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뭔가 잘못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따라오던 드라이버가 여기가 아니라고 얘기해줄 즈음...

우리는 DRAY NUR에 도착해 있었다. 

[아버지 여기가 아니예요. 돌아가야해요.] 
[이 길이 맞단 말이다!!!!!!!!!!!!] 

시각장애가 있는 63살의 노인에게 해외 여행은 무리였던걸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그가 본 풍경은 아까와 다르게 느껴졌을 수 있다. 길을 얼마든 헤멜 수 있고, 주변 사물이 분간되지 않을 수 있으니 길을 헤메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인데, 그럼 최소한 우기지는 말아야지. 

당신이 불편할까봐 구글 지도를 외우다시피 한 큰딸.
체력이 저질이지만 아까 갔던 장소들의 포인트를 정확히 기억하는 작은딸.
그리고 현지인이자 가이드를 자청한 드라이버까지.

3명이 이 길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그는 모두의 말을 무시하고 이 길이 맞다고 우기며 
아까 당신이 커피를 마시며 쉬었던 주차장쪽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래. 주차장에 가 보시면, 그래서 당신이 아까 마셨던 커피집을 보고, 아까 먹은 밥집을 보면 아까 왔던 장소라는걸 
스스로 알 수 있을거고 그럼 다시 길을 돌아서 이쪽으로 오시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하... 이거 하나 원했는데....

그렇게 한바탕 소동으로 대부분의 체력과 시간을 고갈시키고 원래 목적했던 DRAY SAP으로 향하는 길.
드라이버는 밑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 없이 산길을 올라갔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저 앞에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

[이 고생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 중 하나가 되겠지. 해외가 처음이니 이해해드리자] 

이 장소를 가장 기대했을, 그리고 길을 잃고 시간을 허비하며 가장 가슴졸이고 속상했을 언니는
이 와중에도 아버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버지가 또 이 길이 맞다고 우기실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혼자 앞장서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버리셨고,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해외에서 길을 잃으실 것이 걱정되어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뻔히 길이 아닌것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가야 했고, 묵묵히 누구보다 그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언니는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미 시간은 지체되었고, 이제는 아버지를 찾아 드라이버에게로 돌아가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 
아버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를 따라 드라이버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길을 돌고돌아 입구에 도착했는데
문제는 우리가 폭포 위로 올라갈때 드라이버가 혼자 DRAY SAP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약 1시간 30분뒤에는 공항에 도착해야하는데, 시간안에 드라이버를 찾아서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행기도 놓치고 다음 일정이 모두 날아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는 이 사실을 알까...?

호텔에 전화해서 드라이버를 주차장으로 불러달라고 전화를 부탁하는 중에도 그는 커피를 주문했고
연락을 받고 급히 뛰어온 드라이버에게 커피 한잔을 하고 출발하자는 여유를 보였다. 

당신이 길을 잃을까봐, 딱 하나 원했던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이해하려 노력한 큰 딸과
당신의 고집 덕분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온몸이 땀에 젖었어도 당신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작은딸보다 
가족의 첫 해외여행 일정과, 다음 여행지로의 빠듯한 이동시간보다 
오늘 이후로 두번다시 만나지 않을, 충분한 보수를 받고 운전을 해줄 뿐인 드라이버의 티타임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언젠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긴올까

그렇게 각자 분노와 속상함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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