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길다.
이 행렬... 언제끝나?
사실 이곳에 온 것은,
전적으로 기모노를 빌려입고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벚꽃축제를 하는 아사쿠사에서 기모노를 입겠다고 생각했지만
[거기는 걷지도 못할 만큼 빽빽하게 사람이 많은 곳이야. 너 명동이나 부평지하상가에서 기모노 입고싶은거야?]
언니의 이 말에 설득당했고, 우린 쓰루오카 하치만구의 예쁜 호수에서 한적하게 사진을 찍기로 적당히 타협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쓰루오카 하치만구에 도착한 이곳은 축제가 한창이였고
명동이나 부평지하상가 못지않게 사람이 바글바글...
가마(?)같이 생긴 것을 수십명의 사람이 어깨에 메고
이랏샤 이랏샤?? 같은 단어를 외치며 행진하는 장면은 꽤나 장관이였다.
아마 영차영차 같은 느낌이였겠지???
[이 행렬만 지나가면 한적하게 걸어가자.]
이 생각으로 횡단보도 앞에서 한시간을 구경했는데 행렬이 끊기질 않는다.
끝도없이 새로운 모양의 가마??들이 등장하고
셀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질리지도 않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언니 저 아저씨 바지를 안입었어]
또 이상한 포인트에 꽂혀버린 나는 그러고보니 행렬의 남자들이 바지를 입지 않고
윗도리를 길~게 아래로 내려서 엉덩이가 보일랑 말랑 하게 옷을 입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형부가 기모노를 입을 때 직원이, 남자는 배가 많이 나올수록 스고이하고 멋진거라고 했다던데
엉덩이가 보일랑 말랑 하는 것도 멋진것이였을까..?
원치않게 다른 나라에서, 배나온 아저씨들의 엉덩이라인을 구경하고 나니
왠지모를 민망함에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불편함의 미학
보기에만 예뻤던
처음 기모노를 입을 때는 이 게다가 어떤 신발인지 몰랐고
기모노에 운동화를 신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운동화가 옳았다.
일본고전영화들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걸어다니는 것을 보며
쟤네는 걸음걸이가 왜 저럴까, 보폭이 커지기라도 하면 규율위반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종종거리며 걸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진 신발이였던거였어... ㅠㅠ
치마폭이 좁고 타이트한 기모노에, 딱딱하고 아픈 게다를 신으면
자기도 모르게 종종종종 하고 걷게된다.
겐페이 연못
내 핑크는 어디에?
드디어 도착한 겐페이연못
벚꽃축제 기간이였기에 분홍색이 가득한 연못의 정경을 상상했는데
축제 전 일본에 몰아친 태풍으로 인해 벚꽃이 다 져버렸고
부분부분 수줍은 핑크색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모셔놓은 사당같은데,
주변에는 소원을 적어놓은 것 같은 종이들도 있었다.
이국적인 풍경. 따뜻한 날씨
그래 벚꽃이 다 졌으면 어때 내 주말은 이만하면 훌륭하지
이상한 가면을 쓴 여자가 춤을 추는 공연도 보고싶었지만
이미 수많은 행렬 속에서 지칠만큼 지쳤고, 불편한 신발은 발가락과 발바닥을 찢어버릴 기세였기에
옷을 갈아입고,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다음에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편한 옷과 편한 신발을 신고 축제에만 완전히 전념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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