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영을 좋아하고, 해외여행을 가면 항상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찾는다.
사람이 적은 수영장에서 물위에 동동떠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물살과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수영장 물 속으로 깊게 잠수해서
수영장 물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좋다.
수영을 연습해보겠다고 수영장을 왔다갔다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그저 물 위에 동동 떠있거나
물 속에서 잠수해 있곤 하는 걸 보면 아마 나는 전생에 해달이였나보다 ㅋㅋ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에서도 나는 똑같이 수영을 시도했는데
수영하는 법을 다 잊어버린건지 이제 더는 물 위에서(물 속에서) 편안하게 있기가 어려웠다.
사실 나는 한번도 수영을 잘 해본 적은 없고
그저 언니한테 배운 배영만 포도시 하는 편인데 이번엔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된다. 나는 또 여행을 떠날거고 또 수영장에서 해달놀이를 해야한다.
그러려면 수영을 연습해야했다.
연휴에 여는 수영장을 검색하고, 오래된 수영복을 꺼내 세탁했다.
예전에 박태환수영장에 갔다가 비키니는 입장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샀던 수영복.
당시에는 비키니도 수영복이고 원피스도 똑같은 수영복인데
어떤건 되고 어떤건 안된다는 룰이 이해가 안가서
툴툴거리면서 저 수영복을 구매했던 기억이 스쳐갔다.
아침 일찍 탄천종합운동장 수영장으로 갔다.
걸어서 1시간정도.
걷는걸 싫어하지만 긴 연휴는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그런지 예전같으면 도착하기도 전에 퍼져서 돌아올길이 막막하다고 생각했을텐데
제법 걸을만하다고 생각되는걸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이 제법 붙었나보다. 기쁘다.
전날 라면을 먹고 잔 탓에 온몸이 부은 나에게
손가락에 살이 쪘다고
팔도 짧아졌다고
얼굴도 커지고 몸도 무거워졌다고 걷는내내 놀려대는 언니랑 같이
삐졌다가 낄낄댔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도착
이른 시간인데도 수영장에는 사람이 제법 있었는데
대부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였다.
연휴에도 쉬지않고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러 온 어르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들은 대부분 월 정기회원권을 끊은 사람들이였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건 '킥판'
그런데 여기는 킥판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수영 입문자와 초보자의 중간정도 레벨인 나는 킥판이 없으면 오래 수영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언니가 한쪽에 놓여있는 길다란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오 저거면 되겠다' 하고 둘이 나란히 플라스틱을 뽑아들고
이제 들어가서 놀아볼까~ 하는데
할머니 한분이 [어어~ 그거 쓰면 안되요]라고 했다.
동네 유료수영장에서도 초보자라인에서는 킥판같은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체 왜 안된다는걸까. 이해가 안가서 잠깐 고민하는 사이
할머니는 다시한번 강조해서 [그거 안되요]라고 말했다.
왜 안되냐고 묻자 자유수영시간에는 도구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다른 할머니 한분이 말씀하셨다.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처음 가본것도 아니였고
타 지역 수영장에서는 서로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자유수영 시간엔 무엇을 해도 서로 터치하지 않던데
이곳의 자유수영은 내가 알던 자유수영과는 조금 문화가 다른 모양이다.
킥판이나 플라스틱봉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물건도 아닌데
대체 왜 안된다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머쓱하게 플라스틱을 내려놓고 물속으로 입수
초보자라인에서 천천히 물에 적응하면서 놀고있는데
뒤에서 또 다른 할머니 한분이 [여기는 걷는 라인이라 잠수하면 안되요]
안되는거 진짜 겁나 많다.
초보자용 라인은 보통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이 천천히 걷거나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발차기, 잠수, 호흡등을 연습하는 곳인데
걷는라인에서는 걷기만 해야하고 그 옆에 있는 초보자라인은 킥판없이 수영으로만 이동해야된단다.
중간에 호흡이 부족해서 멈춰섰더니 뒤에서 엄청 빠른 속도로 쫒아오다가 부딫히고
뒤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째려봐서 머쓱머쓱
킥판없이는 발차기연습도 안되고 완주를 할 수도 없는 초보자는 올 수 없는 곳이였나보다.
자유수영 시간에는 킥판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초보자 라인에서 연습을 하지 말라는 안내문구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그들만의 룰이 가득한
자유도가 1도 없는 자유수영 시간
결국 우리는 입장한지 20분만에 수영장을 나와야 했다.
'차차의 일상 > 식도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키드 Popular 가사 (2) | 2024.11.25 |
---|---|
농심 감자탕 큰사발면 리얼후기 (0) | 2017.10.09 |
종로맛집 연어가 생각날때 (1) | 2015.12.17 |
경희대 맛집 부대찌개 전문점 비야 (0) | 2015.12.15 |
회기역 파전골목 이모네왕파전 (7) | 201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