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와의 추억, 함닌의 핫팟
Phu Quoc, Ham Nhin Seafood Hotpot
랍스터가 먹고싶어!
여행지를 고르고 선택할때, 누구나 가장 기대하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
함닌해변은 언니에겐 그런 곳이였다.
목조다리가 길게 펼쳐진 선착장에서 그림같은 사진을 찍기를 기대하며 이곳을 택한 그녀는
푸꾸옥에 도착하자마자 컨디션이 다운되어서 숙소를 벗어나기 싫어하는 형부에게
화가 쌓일대로 쌓이는 중이였고 출발 전 언니와 형부는 둘만의 대화시간
(이라고 쓰고 정신교육이라고 읽는다)을 가졌다.
어쩐지 형부의 동작이 빨라지고 움직임이 적극적이게 변한건 기분탓이겠지. :)
[우리 가서 랍스터 먹을 수 있어.]
[우와! 진짜?]
[응 거기는 해산물을 싸게 팔아서 이것저것 즉석에서 사서 먹을 수 있대.]
함닌해변에서는 해산물을 싼 값에 팔고있다고 해서 가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도착한 함닌은 어촌마을에 있는 소박한 장터가 이런 느낌인가 싶을 만큼 단촐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였다.
물속에는 뭔가를 채취하는 해녀들(이곳에도 해녀가 있어서 놀랐다.)이 물속을 왔다갔다하고
물 밖에서는 해산물을 파는 사람, 식당의 호객꾼, 그리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있었고
제법 바쁘고 정신없는 모습이지만 싫지 않은 풍경이였다.
호객꾼을을 지나치고 언니가 사진을 찍길 원하던 목조다리를 찾아 걷고 또 걷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풍경이 보이질 않는다.
목조다리를 찾느라 바쁜 형부와
조금은 시무룩해진 언니
그리고 랍스타의 가격이 궁금한 나
말없이 걷고있는 내게 초등학생정도 되 보이는 남자아이가 대뜸 불가사리를 보여줬다.
베트남어로 빠르게 말을 하며 불가사리를 보여주는데,
가격을 얘기하며 사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다.
웃으며 거절하고 돌아서는데 남자아이가 계속 따라온다.
왠지 만지거나 받는 순간 값을 지불해야 할 것 같아서 조심하며 계속 거절하는데
끝없이 따라오며 불가사리를 권하던 아이가 어느새 인파에 밀려 사라졌길래
작게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이한테 뭔가를 거절하는건 매우 곤란하고 피곤하다.)
갑자기 다시 나타난 아이가 'present' 'present' 'present'를 외친다.
응? [This is for me?] 하고 묻자 아이는 계속 'present'만 반복하더니 내 손에 불가사리를 쥐어주고 사라진다.
엉겁결에 불가사리를 받게되자 매우 곤란해졌고,
다시 돌려주거나 값을 지불해야 될 것 같아서 아이를 찾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니 배가 고프다.
목조다리를 포기한 언니가 아무데나 들어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고,
해안가에 있는 수상식당 중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한적한 식당을 골라 들어갔다.
친숙한 메뉴가 하나도 없다. 'ㅁ '
우리는 'Seafood Hotpot'과 'Fried Rice'를 적당히 주문했다.
식당에는 해먹이 있었고, 해먹에는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누워서 쉬고 있었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저기 누워있고싶다.' 싶을만큼 편해보였다.
음식은 꽤나 당황스러운 비쥬얼.
생선이랑 새우가 들어간 해물탕같은데 토마토와 파인애플이 보인다.
해물탕에 파인애플과 새우??? 예상치 못한 조합이라 맛이 기대되다 못해 두려웠다.
언니는 [오 생각보다 맛있겠는데?] 라고 얘기했는데
대체 저 비쥬얼을 보고 어디에서 맛있다는 생각이 나오는건지 공감하기 어려웠다.
랍스터를 먹을 수 있을줄 알았지만 랍스터는 현지 싯가로도 비싼 편이였고
예산이 제법 넉넉했음에도 무리가 되는 금액이라 빨리 포기했다지만
토마토 파인애플 해물탕이라니...?
우울한 기색을 티내지 않으려고 먼 바다를 계속 바라보는데 시무룩함을 감추기 어렵다.
어느새 팔팔 끓은 핫팟(Hotpot)을 한모금 하는데
오..??? 이게 왜 맛있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조합인데 칼칼하면서 깔끔했고
살짝 걸쭉한것이 토마토스프같은 느낌도 있는데 전혀 해가 되는 맛이 아니였다.
거기다 들어있는 파인애플은 해물의 잡내를 싹 잡아줘서 깔끔하고 달달한 마무리.
라면사리까지 넣어서 야무지게 냠냠.
핫팟(Hotpot)이 별로일 경우를 대비해 시킨 볶음밥이 오히려 인기가 없다.
볶음밥에 국물을 쓱쓱 비벼서 남김없이 다 먹고 나니 어느새 해가 졌다.
입맛과 취향이 각기 다른 세명이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도
2만3천원 정도이니 가격또한 착하고 아주 훌륭하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안가를 빠져나가는데
[목조다리는 여기가 아니였던걸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언니만 조용히 웅얼거렸고
다시한번 주변을 살펴보는데 여전히 목조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택시를 타기 전에 노상에서 파는 코코넛을 사서 나눠먹는데
혹시 권할세라 형부가 [아 나는 괜찮아.] 라고 빠르게 거절한다.
형부의 선택은 옳았다. 달달하고 시원한 맛을 기대하고 먹었던 코코넛은 밍밍하고 맛이 없었는데
언니는 이 마저도 맛있게 먹는다.
어쩌면 나는 언니가 아니라 형부의 동생이 아니였을까 싶을만큼 취향이나 식성이 많이 닮았는데
형부가 거절할때 사지말걸. 언니꺼 그냥 한모금만 뺏어먹을걸 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언니는 아까 내가 선물받은 불가사리가 예쁘다고 집으로 잘 가져가라고 권했고
여행지마다 이것저것을 사 모았던 내 가방에는 빈자리가 없어서
형부 가방에 비닐로 잘 밀봉해서 넣어뒀는데
한국에 도착해보니 이 예쁜 불가사리가 산패해서 온 짐에 알 수없는 악취가 났고
가방을 빨아도 한동안 냄새가 가시질 않아서
형부가 불가사리의 ㅂ자만 들어도 엄청나게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도
돌이켜보니 다 추억이다. (형부는 엄청 싫었겠지만ㅋㅋ)
Bé Ghẹ Floating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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