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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배고프지만 완벽한 저녁식사

칵테일은 모르겠고 바다가 좋아

휴식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에는 왜 항상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푸꾸옥에도 비 소식이 들려왔다. 

산책 겸, 낮술 겸 들린 망고베이 레스토랑도 비 소식에 야외 좌석들에 쇼파시트가 치워져 있었다. 

적당히 안쪽에 자리를 잡고 가벼운 칵테일을 한잔씩 주문하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테라스로 나갔다. 

나는 전생에 물속에 사는 무언가였는지 

이상하게도 바다든 강이든 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안왔으면 테라스에 앉아서 술한잔 하면 좋았을텐데 날씨가 너무 아쉽다. 

주문한 칵테일엔 관심이 없고 테라스에서 발길을 떼지 못하는 나를 보고 언니가 제안했다. 

[우리 여기서 저녁 먹을까?]

[오 진짜?]

역시 언니는 눈치가 빠르고 그녀의 결정은 항상 옳다. 

어느새 바닷가에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나는 영어로 된 메뉴판을 독해하다가 적당히 포기하고

사진을 보고 색채가 다양하고 가장 맛있어보이고 예쁜 메뉴를 주문하고 다시 테라스로 나왔다.
그리고 이건 아주 큰 실수였다는걸 나중에 알게 됐다. 


[언니 언니 빨리와봐]

[왜?]

[여기 너무 예뻐 하늘이 핑크빛이야]

내 호들갑이 너무 컸던 탓일까....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테라스로 나와 노을을 구경했고 

잠깐동안 식사를 멈추고 노을을 찍는 사람들로 테라스가 북적북적거리는데 

그 중에서 유독 언니만은 별 감흥이 없었다. 

언니가 주문한 새우

잘 구워진 새우는 아주 맛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마릿수가 적어서 

[너랑 오빠한테 나눠주고 나니까 새우가 없어...] 

라며 언니는 시무룩해했다. 

형부가 주문한 양갈비.

어딜가나 고기를 주문하는 형부의 식성은 나랑 비슷하다.

양갈비도 맛있지만 같이 구워나온 저 감자가 진짜 존맛탱이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것은... 알고보니 비건푸드였다.

각종 야채를 바게트나 또띠아에 싸서 소스를 찍어 먹는 방식 같은데 
일단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낯선 메뉴였다. 

돌이켜보면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기 좋은것이 맛도 좋다고 항상 눈으로 편식을 해오던 내가 
처음으로 눈으로 편식하다가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날이였다. 


내 몫으로 나온 야채들을 끼적거리고 있으니 언니랑 형부가 새우랑 양갈비를 더 나눠줬다.

감자가 맛있어서 더 먹고싶었지만, 내 몫의 음식은 거의 손도 안댄 상태고 
딱 봐도 남은 감자는 형부 코에 붙이기도 부족해보여서 양심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나는 적당히 빵이랑 언니가 나눠준 새우. 형부가 나눠준 고기를 씹다가 

이내 먹는걸 포기하고 다시 테라스로 나왔는데, 테라스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언니언니!! 형부형부!! 잠깐만 나와봐요!!!]

[아 왜 또!] 

식사를 방해받은 언니는 짜증을 냈지만 해변가에 뜬 무지개를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테라스로 나온 언니는 무지개를 보더니 카메라를 후다닥 가지고 나와 무지개를 급하게 찍고는 
짜증냈던게 미안했는지 씨익 웃더니 다시 들어가서 식사를 마무리했다. 

어느새 테라스가 무지개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배는 고팠지만, 오늘 저녁 식사는 아주 완벽했다. 




Mango Bay Restaurant Phu Qu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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