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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초록으로 둘러싸인 소박한 맛집 - Kumquat BBQ Restaurant Hoian

한적한 시골길의 자전거 드라이브

애초에 작정하고 쉬겠다고 호이안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시골쪽에 숙소를 잡은건 좋은 선택이였지만
사방팔방을 싸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베낭여행을 하는 다소 활동적인 자매에겐 너무 심심한 숙소였을까.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시골길을 달린다. 

비온 뒤의 호이안 시골길은 매우 조용하고 깨끗했다. 

자전거를 잘 못타는 언니는 나에게 앞장서서 빨리 달릴것을 요구했다. 
내가 달리는 길을 보며 똑같이 따라오겠다는 것인데 애초에 자전거를 잘 못타는 사람이 날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힐끔힐끔 

그렇게 십여분 달리다가 배가 고파진 우리는 미리 찾아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소박한 베트남의 농장들을 지나, 이곳에 식당이 있긴한걸까? 라는 의문이 들 때 쯤이면
초록으로 둘러싸인 2층건물이 보이는데 자칫하면 가정집으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쉽상이다. 

안쪽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텃밭에는 고양이와 닭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풍경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다. 

주인의 도움을 받아서 빌려온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말 초록이 한가득. 

어제까지 비가오고 태풍이 불었지만 이곳은 언제 그랬냐는듯 푸르고 한적했다. 

여유로운자. 여유롭지 못한 자

한쪽에는 쿠킹클래스용 가스렌지와 테이블이 있고, 
먼저 온 외국인 부부를 위한 쿠킹클래스를 준비중이였다. 

나는 다른 장소에서 쿠킹클래스가 예정되어 있어서인지 더욱 눈길이 갔다. 

제법 넓은 식당이였지만 손님은 두 테이블 뿐. 

인지도가 있는 식당 같았는데 의외로 한적하다. 
그리고 그런 한적함이 나쁘지 않다. 

베트남에서 가는 식당마다 쥐와 바퀴벌레를 만나야했던 나에게는 

깨끗한 오픈형 주방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아까 마당에서 뛰어놀던 고양이들이 생각나서 '아 최소한 쥐는 없겠구나' 하고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요리사는 한명. 

그는 매우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였다. 

이곳에서 마음이 조급한 것은 오로지 배가고픈 나 뿐이다. 


식사는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 메인요리가 한국돈으로 6천원정도. 

우리는 배운 사람들 답게 고기2종류와 새우, 

패션후르츠 주스와 스프라이트를 각각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고 체감상으로 30분이 지나도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음식이 안나오지? 하고 주변을 뚤레뚤레 쳐다보니 한쪽에서 쿠킹클래스가 한창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의 주방장은 한명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는 쿠킹클래스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배고픈데 음식이 안나오니 원초적인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쿠킹클래스를 할거면 우리거 먼저 주고 해야지. 뭐야....]

[저분들이 먼저 왔잖아.]

[아니 그래도 쿠킹클래스는 오래 걸리는데, 끝날때까지 기다려야되면 미안하단 말이라도 하든가. 애초에 손님을 받질말든가...]

배고픔에 투덜대는 나를 보고 언니는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나는 조용히 반성했다.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조금씩 서로 맞춰가는게 이런걸까? (사실은 전적으로 언니가 봐준거겠지만 ㅋㅋㅋ)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음식은 정갈하고 깔끔했고, 식전과 식사 중간에 손을 씻을 수 있는 물까지 준비되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이 가득하고 소박한것이 식당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데도
그동안 예쁘게 담겨진 음식들을 많이 먹었던지라 이런 소탈한 밥상이 눈에 차지 않는다.

눈으로 편식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조금 입이 나온채로 '흐응' 하고 작게 중얼거렸고 

언니의 기분까지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는 손으로 천천히 음식을 입에 가져가는데... 

헐 뭐야 맛있어. 

짭짤하면서 달짝하기도하고 무슨 소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갈비처럼 양념되어 구워진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언니는 고기 옆에 함께 구워져서 나온 오크라가 엄청 맛있다고 나에게 권했고 

적당히 간이 된채 아삭하면서 쫀득한 오크라도 분명 괜찮았지만, 

육식인간인 나에게는 고기를 남겨두고 야채를 먼저 집어먹는다는건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다. 

닭요리는 향신료냄새가 살짝 났지만 맛있었고, 

새우는 늘 최고다. 한번도 틀린적이 없다. 



만족스럽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니 다시 한껏 너그러워진다.

사실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곳에 왔다면 조금은 여유를 가져볼법도 한데 
그 잠시를 못참고 투덜대며 고스란히 한적한 풍경과 여유를 즐기지 못한것은 너무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탓일까...


일상에 허덕이고 지쳐 힐링이 필요해서 온 여행에서까지 
급한 성격을 내려놓지 못한 채 주변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었던 자신을 반성해본다.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초록이고 조용하고 여유가 가득하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슬로우 푸드와 여유를 제공하는 소박하고 정갈한 힐링맛집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꼭 쿠킹클래스를 예약해야지. 




Kumquat BBQ Restaurant & Cooking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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