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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부온 돈(BUON DON)

부온마투옷의 숨은 포인트
난생 첫 코끼리타기

십여년전부터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 적 보았던 인도영화 신상(1971년작)을 감명깊게 보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곤 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남자가 코끼리를 타고 가면서 휘파람을 부는데 그 멜로디가 참으로 흥겹고 좋아서 오래도록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하셨고 그런 그를 위해 코끼리 타는 곳을 찾아갔다.

사실 언니나 나는 동물과 관련된 체험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태국의 호랑이사원이나 코끼리 타기 체험들...

일어서지도 못할만큼 짧은 쇠사슬에 목이 감긴채 하루종일 관광객을 상대하는 호랑이와 쇠꼬챙이에 찔려가며 피를 철철 흘리면서 사람들을 태우는 코끼리...

우리라도 그런곳에 가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겠지 라는 생각 때문에 최대한 일정에서 배제하는 편인데, 아버지의 평생 소원을 위해 큰맘먹고 코끼리 타는 일정을 넣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부온 돈은 부온마투옷 시내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고, 우리는 호텔에서 차량을 렌트하여 이동했다.

가는 길에 만난 물소떼.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물소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될줄이야!!

우리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신기해하자 드라이버가 차를 한쪽으로 잠시 세워줬고,

[나 물소를 처음봤어 너무신기해!!]

라고 말했더니 드라이버는 깔깔깔하고 웃는다.

그 뒤로 길가에 동물만 나타나면 속도를 줄여주는건 기분탓이 아니였을거야.

부온 돈에 도착해서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풍경이 이어진다.

심하게 흔들리는 은근 높은 나무다리.
깊게 우거진 나무가 묘한 분위기를 내며
마치 밀림에 와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런 곳에 가면 꼭 나무다리를 흔들어대며 위험한 장난을 치고 낄낄대는  63살의 초딩이 있다.

코끼리 탑승 3인 400,000동 (한화 20,000원)

저 멀리서 코끼리가 다가오는데
다행스럽게도 건강해보인다.

코끼리를 타자마자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영화 신상의 BGM을 틀어주었는데 아버지는 별 반응이 없었다.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이날 컨디션이 조금 안좋아서 아침부터 힘들어하셔서인지 내려간 입꼬리는 올라올줄을 몰랐고, 내심 기대하며 준비한게 물거품이되자 내 마음도 서운함에 그늘졌다.

심하게 흔들리는 코끼리 위에서
부녀는 말없이 중심을 잡는데 집중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원하셨던 자리는
지금 이 코끼리를 운전하는 사람의 자리가 아니였을까...?

고생한 코끼리의 머리를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쓰담쓰담 해줬는데 빳빳하고 단단한 털과 피부의 느낌이 참 생소하다.

땜빵이나 귀가 찢어진 상처가 없는걸 보니
다행이도 심하게 학대하는 곳은 아닌듯하다.

코끼리에서 내리고 난 뒤, 아버지는 코끼리를 운전해준 사람에게 한국담배를 선물하셨다.

어딘가로 이동만하면 급하게 흡연장소를 찾으실만큼 애연가인 아버지가

베트남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중한 담배를 선물하신걸 보면, 그래도 코끼리 타기가 마음에 남으셨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물론 내가 찾아둔 BGM은 별 감흥이 없으셨던 것 같지만 (시무룩)

그에게 사소하게나마 추억을 선물했으니
그걸로 된거라고 자위해보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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