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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베트남 부자들의 비밀휴양지

아버지는 시골청년
얼굴에 꽃이 피어나다

자식들과 처음하는 해외여행이 설레고 기쁘기도 하련만, 호치민에서의 아버지의 얼굴은 굳어있었고 항상 바쁘고 조급했다.

비행기가 멈추고 벨트표시등이 꺼지기도 전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가장 먼저 내려야했고
이동도 빨리. 와이파이도 빨리 빨리빨리!

모든것에 여유가 없었고 그런 그를 보면서 내 마음도 좀먹고 있었다.

그런 그가 부온마투옷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얼굴이 펴지면서 재촉과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호치민보다 선선한 날씨에 한번
맑은 공기에 한번
사람이 적고 한적한 공항에 한번
우리를 태우러 온 예쁜 픽업차량에 또 한번

아버지의 굳은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초록이 가득한 넓은 들판과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빨리빨리에 시달리며 여유를 잃었던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앗 저기 소다!
어디어디?

앗 저기 버팔로다!
어디어디?

앗 저기 새끼돼지!
어디어디?

쉴새없이 창밖을 구경하면서
재잘재잘 떠드는 사이에 아버지 얼굴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버지는 내 표정이 (아빠땜에)굳어있고 (빨리빨리에)지쳐있고 은근 짜증나있는 모습때문에 더 영향을 받으신게 아니였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줬던건 아니였을까.

사실 내가 행복하면 아버지가 행복하고
아버지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했을텐데...
항상 중요한것은 여행이 끝나야 깨닫게된다.


아름다운 선착장
조금은 위험한 웨이팅포인트

한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선착장

아버지는 바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선착장 가장 끝에 서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선착장의 나무바닥이 출렁출렁 흔들리고 물살도 세서 살짝 걱정스러웠지만 뷰 만큼은 환상적이였다.

우리를 태우러 온 작은 보트에 타고
넓은 호수를 한참을 가로질러서야 갈 수 있는 곳.

이곳이 베트남 부자들의 비밀휴양지라더니
그럴만도하다. 여기라면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고 쉴 수 있겠지.

공항에서 차로 한시간을 달리고
호수 한가운데에 숙소가 있을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인 숙소의 풍경을 보며
우리의 걸음은 자꾸 멈추고

나는 그렇게 63살 아버지의 첫 인생샷을 찍었다.

사실 나는 이 숙소를 일정에서 빼고싶었다.

교통편이 매우 애매하고 불편했고

사실 친환경숙소. 친환경 글램핑이라고 써놓고 축축하고 더러운 침대와 수많은 모기와 개미 등
친환경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숙소가 많기에 기대감이 1도 없었다.

근데 이거는...

너무 좋자나? +_+

침구는 보송보송 폭신폭신
밖에 개미가 있긴했지만 텐트안은 쾌적했다.

방충망에 구멍난 곳 하나 없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덥지도 않고 딱 좋았다.

화장실에는 최신식 물내리구리가 있었다.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실물 개구리를 볼일이 없는데..... 생각보다 귀여운걸?

변기의 요정인가..?

그러나 화장실에서 계속 사는게 저친구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다른곳으로 옮겨줬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캄캄한 밤이 되고나니 이곳은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우릴 설레게 했다.

아버지는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우리는 별사진을 찍겠다고 밖으로.

비록 오로라가 쏟아지는 밤은 아니였지만
작은 별이 하나 떠 있는 밤의 모습도 제법 운치있고 아름다웠다.

각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서로가 행복한 일을 하며 흐뭇하게

잠못드는 행복한 밤이 지나갔다.

여정 상 하루만 숙박하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모든 리조트의 직원이 선착장에서 배가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어줬다.

길가에는 소들이 한가롭게 지나가고
하늘마저도 파랗고 아름답다.

일정에서 빠질 뻔 했던 부온마투옷.

가장 베트남스럽지만
베트남같지 않은.

10년뒤에도 여전히 이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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