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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의 여행

콰이강 수상 리조트 밤부하우스

칸차나부리의 콰이강 인근에 위치한 수상 리조트 '밤부 하우스(Bamboo Hause'

아고다에서 이 숙소를 봤을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8000원 짜리 숙소에서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 

'수상 리조트라고 했는데 허술하게 지어져 있어서 무너지면 어쩌지?'


이 리조트는 아고다에서 한국 돈 기준 8000원에 예약했던 숙소였고 (당시 기준이므로 현재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콰이강에서 1박을 하고 이동하자는 언니의 꼬임에 넘어갔지만, 그녀의 선견지명은 대단했다. 

방콕에서 칸차나부리까지 현지인들과 미니 밴 한대에 타고 이동했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를 간다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려나..? )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이 더운 지방에 와서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해야 했던 미니벤의 온도와 싸우고, 

콰이강 인근을 걷고, 맛없는 음식과 점원의 불쾌함, 

그리고 즉시 에라완으로 이동하여 국립 공원까지 보고 왔으니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그대로 다시 롯뚜를 타고 방콕으로 돌아갔다면 여행이고 뭐고 힘들어 죽겠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캄캄한 리조트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방 배정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언니와 싸우기(혼나기) 시작했다.

방콕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나는 회사와 야근으로 일정 준비의 대부분(95%정도..?)을 언니에게 떠넘겼고, 
그 일정을 최종적으로 모두 수행할 수 있노라고 호언장담을 했었지만 현실과 내 체력은 저질이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 주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했고,

(이제와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과, 쉽게 지치는 체력때문에 컨디션 관리는 커녕 축축 쳐지고 무거운 발걸음이였으니 
내가 생각해도 나는 퍽이나 불쾌한 동행자 였을것이다. (아마 내 일행이 이랬으면 쟤 뭐야.. -_- 했겠지) 


1차전을 리조트 방에서 하고, 리조트의 레스토랑에 왔고 

'이제 언니가 기분이 좀 풀리나보다.'
'
'화기애애 까지는 아니더라도 밥 먹고 맥주 한잔 하면서 서운한것들 얘기하고 마음 풀고 자고 일어나서
내일부터 남은 일정은 정말 즐겁게 같이 소화해야지!'

그러나 그녀의 분노는 생각보다 깊었고, 아직 식지 않은 분노에 괜히 맥주만 들이키는 것을 보고서야 

이곳이 우리의 2차전 장소임을 깨달았다.

점심도 입에 안맞아 제대로 못먹은데다 지쳤고, 그 와중에 리조트에 오자마자 1차전을 했으니 

배는 고프고 온몸은 쑤시고 남아나지 않는 체력으로 이제 그만! 을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해도 기분나쁘고 불쾌한 동행인이자 죄인이였고, 그럴 자격은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조심하겠다는 말, 컨디션 관리를 좀 더 하겠다는 말을 수십번 하고 스스로 다짐하다가 결국 눈물이 터졌다. 

미안함과 답답함, 몰려오는 피곤함과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가 한번에 터져나왔고 

그렇게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이해했다. (일방적으로 이해를 받았다.)


눈물과 한숨, 분노와 여러가지가 얽힌 밤이 지나고 강에 뉘엿뉘엿 해가 뜰 즈음 

분명 더 일찍 알람을 일찍 맞춰뒀는데... 나는 늦잠을 잤다.

오늘만큼은 제시간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겠노라고 바로 몇시간 전에 다짐했건만,
대체 왜 늦잠을 잔건지, 이렇게 오늘 하루도 시작부터 동행인에게 불쾌감을 선물한 것인지 

'나는 왜 이리도 게으르고 둔감한건가, 생각이 있기는 한건가, 어제 그렇게 미안해 해놓고 몇시간이나 지났다고.. 한심하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욕하면서, 대체 언니 얼굴을 무슨 면목으로 보고, 뭐라고 미안하다고 해야 좋을까 고민하느라
아침부터 멘탈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 시작했을 즈음에야
내가 피곤해 보여서 언니가 알람을 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풍경도 생리현상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미안함과 죄책감 가득한 마음으로는
이 좋은 풍경이 눈에 보이지도, 사진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것을 보면.. 그 말은 진리이고 정답이다. 


8000원짜리 숙소에서 이정도 뷰를 감상할 수 있다면, 

방에 물이 샌다고 해도 하룻밤 쯤은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테라스에서 잠깐 여유를 부리다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리조트 내의 다른 숙소들 

이 리조트가 전체적으로 착한 가격임을 감안했을때, 숙소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편이였다. 


수상 방갈로와, 지상 방갈로로 나눠져 있는 리조트.

따닥따닥 붙어있는 지상 리조트보다는, 배가 지나갈때 조금 흔들리고
방갈로로 내려가는 길목의 판자가 영 불안해서 물에 몇번을 빠질 뻔 했고
움직일때마다 삐걱삐걱 거리면서 바닥이 부서지진 않을까 걱정되고
물가라서 어쩔 수 없이 조금 축축한 느낌이 나는 침구류와 (그렇다고 깨끗하지 않은 건 아니였다)
얇은 이불로 추운 새벽을 맞이했지만... 왠지 모르게 수상 방갈로가 더 좋은 것 같다. 

그건 물 위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게 해준 방갈로에 대한 애착이였을까... 


이 리조트는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공용 욕실과 화장실이라던가, 

움직일때마다 삐걱거리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뜨거운 하룻밤은 고사하고 뒤척이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것 이라던가..
(물론 나야 언니와 갔으니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다만, 항상 고급스럽고 예쁜 리조트들만 엄선해서 나열해 놓고, 마치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이 된 것 처럼 
어느 숙소가 가장 예쁜가를 고민했던 나에게는 저렴한 숙소도 꽤나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좋은 곳이였다. 

해외 여행은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숙소, 일정, 음식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중에 특히 숙소는 여독을 풀어줄 장소이니 만큼 개인의 호불호가 명확하고 중요도가 있겠지만,

하룻밤 정도는 모든 사치스러운 것을 내려놓고 물 위의, 이곳 숙소에서의 하룻밤을 권해보고 싶다. 


제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가능한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릴께요. 

답변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점은 너그러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방문해 주셔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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